대기업 앞에선 ‘작아지는’ 신평사
입력 2011-11-06 21:48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최근 국내 대기업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내리고 있으나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등급 조정 움직임이 전혀 안 보이고 있다. 등급 산정 신용평가사를 기업이 정하는 구조 특성상 신평사들의 기업 감시기능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6일 KIS채권평가와 신용평가기관 등에 따르면 2008년 이후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3대 국내 신용평가사의 평가 대상 기업 수(금융사 제외)는 지난 6월 말 현재 370곳으로 2007년 말 406곳보다 11.5%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AA등급은 39곳에서 80곳으로 배 수준으로 불어났다. A등급도 100곳에서 123곳으로 23% 늘어났다. 하지만 이보다 낮은 등급인 BBB등급은 105곳에서 66곳으로, 투기등급인 BB 이하는 154곳에서 93곳으로 각각 급감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올해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정하고 ‘A2’에서 ‘A3’로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3대 국내 신평사의 포스코 신용등급은 모두 ‘AAA’로 요지부동이다.
S&P가 LG전자의 신용등급을 내리고 무디스가 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지만, 국내 신평사들은 일제히 ‘AA’ 등급을 유지했다.
국제 신용평가사와 달리 삼성전자(AAA), 하이닉스(A-), 현대차(AA+), 기아차(AA), 현대모비스(AA), SK텔레콤(AAA), LG화학(AA+) 등 국내 주요 기업에 대한 3대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은 동일하다.
특히 위험한 상태로 평가되는 건설, 조선, 해운은 신용등급과 실제 신용도의 불일치가 심각하다. 지난 6월 말 현재 전체 ‘AA’ 등급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5.1%인 데 비해 같은 등급의 건설업체는 3.7%다. 전체 ‘AA’ 등급 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은 101.1%인데, 건설업의 같은 등급은 130.6%다. 2007년 말 투자 가능 등급을 받았던 건설사 43곳 가운데 42%인 18곳이 부도에 이르렀다.
신평사들이 이처럼 대기업 신용등급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데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기업들은 회사채를 발행할 때 두 곳의 신평사로부터 신용등급을 받게 돼 있는데 등급 산정 신평사를 기업이 정하는 구조로 돼 있어 공생관계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세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