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축제 다가오는데 꽃 피지않아 스트레스… 뇌출혈 공무원 공무상 재해 인정

입력 2011-11-06 18:52

이상저온으로 야생화가 자라지 않자 스트레스를 받아 뇌출혈로 쓰러진 꽃 축제 담당 시 공무원이 행정소송을 통해 공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경기도 A시 도시공원팀장 이모(49)씨는 지난해 4월 꽃축제 행사 부지 조성작업을 마치고 귀가한 뒤 저녁식사를 하다 쓰러졌다. 이씨는 팀원 3명과 함께 한 해 100만명 넘게 관람하는 꽃축제를 준비하던 중이었는데, 2010년 봄에는 유독 기온이 낮아 꽃의 개화시기를 맞추지 못했다.

이씨가 관리하던 꽃축제 장소는 22만㎡로 축구장 26배 넓이였다. 이씨는 인부 100여명을 지휘해 이곳을 채울 꽃을 가꿔야 했다. 축제 개최일이 다가올수록 야간 및 휴일 근무는 계속됐다. 이씨는 이즈음 축제 외부업체 후원과 관련해 경기지방경찰청으로부터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았으나 결국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꽃이 피지 않아 애를 태우던 이씨가 쓰러진 뒤 그해 꽃 축제는 개화시기를 맞추지 못하면서 두 차례 연기된 끝에 무산됐다. 이씨는 지난해 6월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 공무상요양승인 신청을 했다. 하지만 공단이 “체질적 원인과 고혈압과 같은 지병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단독 김도균 판사는 이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공무상요양불승인 처분 취소 판결을 내렸다고 3일 밝혔다. 김 판사는 판결문에서 “꽃 축제 총괄 책임자로서 과중한 업무로 고혈압이 관리되지 못했고, 이상기온으로 꽃의 개화시기를 맞추지 못해 받은 심리적 압박감, 야근과 휴일근무를 반복하며 누적된 피로 등이 고혈압과 겹쳐 뇌출혈을 유발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