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 왔는데요” 병실 절도 극성… 병문안 가장해 환자 잠든새 지갑 등 슬쩍
입력 2011-11-06 18:51
병문안을 온 것처럼 가장해 병원에 들어가 금품을 훔치는 ‘병원 좀도둑’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입원실엔 환자 혼자 자고 있는 경우가 많고 간병인이 있더라도 환자를 돌보느라 물건을 슬쩍해도 알아채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병원 측도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무직인 한모(34)씨는 지난달 19일 오후 7시40분쯤 서울 강남의 한 병원 중환자실에 들어가 주부 장모(34)씨가 암 투병 중인 아버지를 간호하는 틈을 타 소파에서 명품 지갑을 들고 도망쳤다. 지갑엔 23만원 상당의 상품권과 현금 6만원이 들어 있었다. 또다시 범행을 저지르기 위해 지난달 26일 같은 병원을 찾은 한씨는 병원 측의 제보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친구 사이인 최모(16)군과 김모(17)군은 지난달 5일 오전 4시30분쯤 본드를 흡인한 채 서울 조원동의 한 병원 병실에 들어갔다. 이들은 입원 중이던 회사원 이모(34)씨가 자고 있는 틈을 타 현금과 스마트폰 등 18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들고 나왔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병원 간호사에게 “환자를 면회하러 왔다”고 속여 병실 안으로 들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금천경찰서는 지난달 17일 이들을 특수절도 혐의로 붙잡아 구속했다.
외래 환자의 소지품도 병원 좀도둑의 주요 먹잇감이다. 이들은 주로 환자가 혈압을 재거나 채혈실에서 혈액을 뽑는 틈을 이용해 범행을 저지른다. 한 보안업체 관계자는 6일 “일부 좀도둑들은 의사 가운을 입고 돌아다니며 의심을 피하기도 하고 장례식장에 조문객으로 위장해 들어가 구두 등을 훔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병원 측도 대책 마련을 고심 중이다. 최근 서울 도곡동 강남세브란스 병원은 건물 곳곳에 소지품 관리에 유의해 달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붙였다. 병실 안에 CCTV를 설치하는 방안은 환자의 인권 침해 요소가 있어 배제했다. 대신 경비 인력을 확충하고 복도 쪽 CCTV를 이용한 보안 관리를 강화했다. 병실 안엔 암호 입력식 잠금장치가 달린 사물함을 비치해 운영하고 있다. 일부 병원들은 병원에서 물건을 훔친 전력이 있는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공유하기도 한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병원은 24시간 열려있는 공간이라 좀도둑들의 범행 대상이 된다”며 “병원 ‘좀도둑’을 막기 위해선 환자와 간병인이 스스로 주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