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의 명과 암] 스마트폰으로 시작해 스마트폰으로 끝나는 송선호씨의 하루
입력 2011-11-06 21:30
서울에 사는 회사원 송선호(29)씨는 하루종일 스마트폰을 끼고 산다. 전화와 메시지가 오지 않았는데도 ‘혹시…’ 하는 마음에 스마트폰 액정화면을 확인하는 습관이 생겨버린 것이다. 송씨가 무의식적으로 눌러보는 것은 이메일과 트위터·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1회에 30초씩, 이런 행동을 10분마다 반복하다 보면 어느덧 하루가 간다.
송씨의 하루 시작과 끝엔 항상 스마트폰이 있다. 아침마다 스마트폰 알람 소리에 눈을 뜬 뒤 ‘날씨와 코디’ 애플리케이션(앱)에서 그날 날씨에 따라 옷차림을 결정한다. 관계형 게임(자신의 왕국을 건설하는 사회 관계형 게임 접속), 트위터 훑어보기도 이불 속에서 이어진다.
‘버스 도착 알리미’와 ‘서울 지하철’ 앱은 대중교통을 통해 출퇴근하는 송씨의 시간 개념도 바꿔놓았다. 버스와 지하철이 어느 위치쯤 왔으며 몇 분 뒤 도착한다는 메시지를 보며 언제 도착할지 몰라 정류소에서 버렸던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됐음은 물론 ‘알고 기다리는 것’의 여유도 느끼게 됐다.
지하철 안에서도 송씨의 ‘터치’는 멈추지 않는다. ‘박원순 서울시장 출근 첫날’ 뉴스를 검색하러 들어갔지만 손가락은 어느새 경제·사회·문화 뉴스를 거쳐 ‘이승엽 국내 복귀’ 뉴스를 터치하고 있다. 5분 새 5개의 뉴스를 봤지만 어느 뉴스도 끝까지 읽거나 기억에 남는 것은 없다. 회사에서는 각종 채팅창이 차단된 사무실 PC 대신 스마트폰으로 지인들과 채팅을 즐긴다. 업무 중간중간 짬이 나면 트위터에 들어가 트윗을 한다. 댓글이 달렸을까 궁금해 5분 뒤 다시 들여다본다.
고교동창들과의 저녁식사는 ‘중간에서 만나’란 앱을 통해 5명의 동창들의 위치로부터 가장 가까운 약속장소를 검색한 결과 명동으로 결정됐다. 역시 스마트폰 앱이 가르쳐준 환승정보를 통해 명동에 도착, 스마트폰 모바일지갑 안에 넣어둔 할인카드로 저렴하고 맛있는 저녁식사를 했다.
집에 들어서자 부모님이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를 시청 중이다. 같이 볼까 잠시 고민했지만 얼른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누워 실시간 TV 앱을 켜 혼자 시청한다.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니 배터리는 4% 남아 있고, 어느덧 스마트폰은 뜨끈뜨끈해져 있다.
송씨가 스마트폰 유저가 된 지 2년, 송씨는 과연 스마트해졌을까.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