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과통합, 야권통합안 발표… “기존 당 통합 아닌 SNS 기반 혁신정당 연내 만들자”
입력 2011-11-06 20:24
야권통합추진기구인 혁신과통합(이하 혁통)은 6일 시민이 주도하는 소셜 네트워크 기반의 ‘혁신적 통합정당’을 연내에 건설하자고 제안했다. 민주당이 지난 3일 발표한 민주진보통합정당 창당 제안에 대한 화답이다. 민주당 공식 논평에서 “큰 틀에서 방향이 같다”고 환영했다. 그러나 혁통의 방안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야권통합을 추진하겠다는 것이어서 민주당과의 주도권 싸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온·오프라인 통합 새 정당=혁통이 구상 중인 야권통합정당의 모습은 상임대표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한마디 말로 요약된다. 이 전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단순한 기존 정당의 통합이 아니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탑재한 혁신된 정당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또 “(혁통이) 별도로 정당을 만들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개방형 시민당원제 채택, 트위터·페이스북·블로그 등 SNS 기반 정당, 20~30대 젊은 세대가 주인이 되는 엔터테인먼트 정당, 시민이 공직후보자를 직접 선출하고 정책을 디자인하는 정당, 지역 시민자치에 기초한 분권형 정당, 각 정치세력이 협력하는 연합정당 등 6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혁통은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동참을 제안했고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을 향해서도 동참을 촉구했다. 혁통은 조만간 야당 지도부를 방문해 혁신정당 추진방안을 협의하고 오는 19일 온·오프라인 시민대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행보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정당정치 혁신 vs 세력의 통합=혁통이 그리고 있는 혁신적 통합정당의 모습은 기존 정당구조의 해체를 의미하고 있다. 당원을 일반 시민에게 개방하고 시민이 공직후보자 선출권을 갖는 것 등이 그렇다. 연합정당 내 각 정당과 정치세력이 자율성을 보장받는다는 것도 국내 정치에서는 낯설다. 혁통은 이 같은 시도에 대해 “시민의 바다에 정당의 배를 띄우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민주당 입장에서는 “시민사회 속에 맨몸으로 끌려들어간다”는 반응이 나올 법하다. 특히 혁통의 구상은 민주당과 진보정당, 시민사회 및 노동계 등 민주진보진영을 아우르는 세력의 통합에 방점을 둔 민주당 구상과는 차이가 난다. 또 혁통이 내세우는 대로 일반 시민과 20~30대 젊은층 중심으로 통합을 추진할 경우 시민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꺾었던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통합경선과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기득권 포기를 주장하는 혁통과 야권 맏형으로서 통합을 주도하겠다는 민주당 간의 갈등이 예상된다. 혁통은 통합의 대상으로 민주당 외에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두관 경남지사, 소설가 이외수씨 등 정치적 활동을 하는 유명인사 등을 꼽았다. 야권에서는 진보정당들이 대통합 참여를 끝까지 거부할 경우 민주당과 혁통이 연내에 먼저 통합하고 이후 진보정당들과 연대 또는 통합의 수준을 높여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