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한나라] 다급해진 與 지도부… ‘부자정당’ 색깔 빼자
입력 2011-11-06 20:33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중앙당사 폐지를 밝히고 나섰고, 당 정책위원회는 복지재원 확충을 위한 소득세제 개편 가능성을 시사했다. ‘부자정당’ 이미지를 씻기 위해 한나라당이 내놓은 극약처방인 셈이다.
김기현 대변인은 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중앙당사를 폐지 또는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당 쇄신안이 홍 대표 지시로 검토되고 있다”며 “고비용·저효율로 운영되는 당 구조를 타파하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당 대표를 비롯한 주요 당직자들의 사무실을 국회로 옮겨 미국식 원내정당 체제로 당 구조를 개편하겠다는 복안이다. 한나라당은 서울 여의도에 있는 H빌딩 7개 층을 임대해 중앙당사로 사용하고 있으며, 임대료 등 유지비가 매달 1억2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쇄신안에는 정치신인을 ‘슈퍼스타 K’식 공개 오디션으로 영입하고 비례대표 의원의 50%를 국민참여 경선으로 선발하는 공천개혁안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국회의원에게 집중된 주요 당직을 민간 전문가에게 개방키로 했다. 쇄신안은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된 뒤 ‘쇄신 연찬회’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그러나 ‘홍준표식 쇄신안’이 정식 논의되기도 전에 지도부 내에서 반발이 터져나왔다. 친박근혜계 유승민 최고위원은 이날 “당사 폐지 운운에 국민은 아무 관심 없고, 비례대표를 ‘나가수’ 식으로 뽑는다는 것은 (정치적) 쇼”라고 공격했다. 원희룡 최고위원도 “국민이 언제 당사 비용이 문제라고 했나. 국민을 가볍게 보는 오만과 일방적인 머릿속 사고를 바꿔야 하는데 문제의 본질을 비켜간 엉뚱한 쇄신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남경필 최고위원은 “당사 폐지를 얘기하기 전에 당 지도부 전원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성식 정책위 부의장은 현행 ‘8800만원 초과’보다 높은 소득세율 최고구간 신설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서 불요불급한 부문의 감액 작업을 먼저 한 뒤 보육·보훈·기초노령연금 등 민생 분야 증액 여지를 1주일간 살펴보겠다”며 “그 이후에도 필요할 경우에는 소득세율 구간을 하나 더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책위와 당 소속 국회 예산결산특위 의원들이 구상하고 있는 민생예산 증액안은 아동 필수 예방접종 무료화, 기초노령연금 인상 등을 포함해 1조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벌써부터 당내에서는 “당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반응과 함께 정부와의 충돌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