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한나라] “쇄신없인 다 망한다” 한나라 25명 연판장 靑에 전달
입력 2011-11-06 20:40
한나라당 쇄신파 25명이 6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대국민 사과 등 5개 요구사항을 담은 서한을 전달했다. 서한 작성을 주도한 김성식 정태근 구상찬 의원은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누가 누구에게 책임을 돌리는 차원이 아니라 청와대와 당 지도부, 국회의원 모두가 잘못에 대한 고백으로 시작해 국민의 마음을 열고 그걸 토대로 정책쇄신 당풍쇄신 공천개혁 등을 해 나가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이들은 “(당 지도부 사퇴가 아니라) 지도부가 중심이 돼서 변화의 중심에 서 달라는 것”이라며 “서명한 25명 외에도 많은 의원이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25명 중 재선 이상은 원희룡 남경필 최고위원을 비롯해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 임해규 정책위 부의장까지 4명이다. 계파를 초월한 나머지 21명의 초선 의원 중엔 정책위 부의장을 맡고 있는 김 의원, 정 의원 외에 기타 당직자들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당내 반발이 적지 않고 계파별로도 다양한 목소리가 혼재해 이들의 주장이 실제 당내 쇄신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친박근혜계 중진인 홍사덕 의원은 ‘중진이라 서명은 하지 않지만 공개적으로 서한 취지와 이를 준비하고 건의하려는 의원들을 격려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친박계 중 초선 11명이 서명에 동참했지만 이정현 이학재 의원 등 박근혜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은 빠졌다. 이정현 의원은 “소장파의 쇄신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방법론에 있어 인적쇄신이나 공천 문제로 몰고 가선 안 되고, 당이 아니라 국민이 원하는 길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친이명박계의 거부감은 더 크다. MB 직계로 불리는 한 의원은 “자기들 말로 네 번의 쇄신운동을 했고 이번이 다섯 번째라는데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게 무슨 쇄신이냐”며 “대통령과 당 지도부에 책임을 떠넘기고 동료를 들러리로 세우는 쇄신 장사일 뿐”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서명 참여자 중 상당수가 당직자라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잇따랐다. 친이계 장제원 의원은 트위터에 “자신들은 책임이 없느냐”며 “자기희생 없는 혁신 연판장이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고 했다.
쇄신파의 이 같은 움직임 때문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가 뒷전으로 밀릴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한 친이계 의원은 “지금 상황에선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대한 의지 표출과 처리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과거 선거 패배 이후 쇄신파 서명운동에 40여명씩 참여했던 것보다 그 수가 줄어든 만큼 이들의 동력도 약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