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한나라] 청와대 반응은…“귀 열고 고언 듣겠지만 이런 방식 문제제기 유감”

입력 2011-11-06 21:23

청와대는 6일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등을 요구한 한나라당 쇄신파의 서한을 받고 문제제기 방식에 유감을 표명했다. 또 지금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등 민생 현안을 챙겨야 할 때라며 이들의 요구에 응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서한은 오후 2시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이 청와대로 찾아가 김효재 정무수석에게 전달했다. 김 수석은 “문제제기를 한 의원들을 포함해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해법을 모색해야 할 문제”라며 “청와대는 언제나 귀를 열고 의원들의 고언을 듣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수석은 “대통령께서 국가 이익을 위해 해외에 머물고 있는 동안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한 건 유감이 아닐 수 없다”며 쇄신파의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비롯해 산적한 민생 현안을 챙기는 데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한·미 FTA 처리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5일 러시아·프랑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해 쇄신파 의원들의 요구를 보고받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수출이 더 어려워질 내년에 대비해 한·미 FTA가 빨리 처리돼야 한다는 언급이 있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청와대 내부에선 성장 중심 정책 기조를 폐기하라는 쇄신파 요구에 대해 MB 정권의 정체성과 직결된 문제라며 불쾌해하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예기치 못한 쇄신파의 사과 요구로 이 대통령의 ‘순방 징크스’는 이번에도 계속됐다. 지난 8월부터 이 대통령이 해외 출장만 떠나면 국내에서 정치적 악재가 터지곤 했다.

8월 중앙아시아 순방 때는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한나라당이 패하며 정치적 격랑에 휘말렸고, 9월 유엔총회 출장 때는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측근 비리가 불거졌다. 10월 미국 국빈방문 때는 내곡동 사저 논란이 증폭돼 돌아오자마자 백지화 선언을 해야 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