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10·26 보선 패배후 길 잃은 한나라…한국판 버핏세 도입 논의, 보수 우파 정체성 ‘흔들’

입력 2011-11-07 00:19

‘7·4·7공약 폐기, 부유세 도입,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민주노동당이나 민주당 일각에서 제기됐을 법한 정책 제안들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한나라당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부자·대기업 대변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지 않는 한 살아남기 힘들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보수우파 정권의 골격을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6일 “고소득자들이 소득에 비해 세금을 적게 낸다는 비판이 있는 만큼 부자들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걷는 이른바 ‘부유세’ 도입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등록금 부담 완화’ 등 서민정책을 주도해 왔던 당 정책위도 소득세의 최고구간 신설 등 현 정부 감세 기조 폐지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기업 내부의 자본 흐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공정거래법을 개정하고, 2009년 폐지된 출자총액제한제 부활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책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쇄신파들은 그동안 친서민 정책을 외쳐왔지만 여전히 한나라당이 ‘부자정당’의 틀에 갇혀 있어 중도층 흡수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당내 보수파들은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부유세 도입 같은 정책은 보수정당을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나성린 의원은 “미증유의 세계경제 위기 상황만 아니었다면 현 정부 경제정책은 성공적이었을 것”이라며 “보수우파 철학에 기초해 정부 역할을 강화하면서 외연을 확대하자는 주장이면 몰라도 이처럼 (우리 당) 철학을 부정하는 움직임은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특히 정책 변화를 주도하는 쇄신파들의 이러한 움직임이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탈당과 이합집산’의 전조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특히 서울시장 보선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영향력에 한계를 실감한 인사들이 ‘반MB·진보정책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워 독자세력화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다음 총선 역시 ‘MB 심판론’ 기조가 이어질 수 있어 총선 패배 위기감이 커진 수도권 여당 의원들과 일부 원외 인사들을 중심으로 ‘반MB 전선’을 만들어 헤쳐모여 수순에 돌입하는 정계변동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친박근혜계 역시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책 차별화에 본격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장희 유동근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