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우 복귀작 ‘조로’ 뚜껑 열어보니… 헐거운 이야기 아쉬운 결말

입력 2011-11-06 18:02


흥행작 ‘지킬 앤 하이드’의 대명사나 다름없던 배우 조승우의 차기작이었고, 전국에 몇 안 되는 뮤지컬전용극장 블루스퀘어의 개관작이었고,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히트 친 흥행작이다. 6년 전 할리우드 영화로 개봉된 적도 있어 작품 자체의 인지도도 높았다. 3만∼13만원이라는 높은 티켓 가격에도 불구하고 관심은 차고 넘쳤다. 뮤지컬 ‘조로’는 이를테면 소문난 잔치였다.

‘조로’의 시간적 배경은 19세기 초. 반듯한 집안의 준수한 청년 디에고는 당시 캘리포니아를 지배하고 있던 스페인 귀족의 아들이다. 디에고가 바르셀로나로 유학을 떠난 사이, 친구 라몬은 디에고의 아버지를 배신하고 권력을 장악해버린다. 그 5년 간 디에고는 공부는커녕 집시들과 어울리며 방랑했다. 겉으로는 못나 보였던 디에고가 모두의 눈을 속이고 복면을 한 ‘조로’로 변신, 눈부신 활약을 펼친 후 모든 것을 원래대로 돌려놓는다는 영웅담이다.

정열적인 스페인인들의 정서를 담은 뮤지컬 넘버들은 한 곡 한 곡 매끄러웠다. 거의 조연급의 역할을 해낸 앙상블은 작품의 한 축이라 할만했다. 소리가 잘 나도록 나무로 만들어진 무대장치 위에서 배우들이 선보이는 플라멩코 댄스도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주연배우들의 노래가 끝날 때마다 객석에선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귀에 쉽게 꽂히는 음악과 현란한 플라멩코가 흥을 돋웠고, 갓 오픈한 극장의 음향시설은 이를 제대로 뒷받침했다.  

이 정도면 잘 만들어진 뮤지컬이라 할 수 있을까. 헐거운 것은 이야기 구조였다. 3시간10분(인터미션 포함)의 러닝타임이 과연 필요했을까 싶을 정도로 느슨했다. 부연에 불과할 등장인물들의 드라마가 지나치게 부각되면서, 주인공 조로의 호쾌한 활약은 외려 뒤에 묻혔다. 결국 작품은 본연의 이야기를 향해 돌진하지 못하고 머뭇대다 이도저도 아닌 채로 끝난다. 웨스트엔드 원작의 러닝타임이 2시간40분임을 감안하면 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그동안 화려해질 대로 화려해진 대형 뮤지컬 무대에 익숙한 관객에게, ‘조로’의 무대세트 역시 허전하게 느껴질 것 같다.

실력과 티켓파워 양면에서 뮤지컬계 독보적인 톱스타라 할 수 있을 조승우는 코미디와 로맨스, 무술까지 도맡으며 제 역할을 다했다. 하지만 ‘지킬 앤 하이드’에서 그가 보여준 압도적인 존재감을 기억하는 팬들 기대에게는 다소 아쉬운 작품이다. 4일부터 내년 1월15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된다. 취학아동 이상 관람가.

양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