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 없이도 ‘셜록 홈즈’ 대박… “시즌2 기대하세요”
입력 2011-11-06 18:02
창작뮤지컬 ‘셜록홈즈’의 성공은 이변이었다. 톱스타가 출연하지도 않았고, 모두의 눈길을 끌만한 대형 라이선스 공연도 아니었고, 중소 규모 뮤지컬에선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 미스터리를 다뤘다. 그런데도 지난 8∼9월 서울 대학로 무대에 올린 8주 공연에 평균 예매율 98%를 기록했다. 특히 공연 후반부에는 370석이 연일 매진이었다. 제작사 ‘뮤지컬창작공작소 레히’로서는 소극장 뮤지컬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공연 이후 4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었다. ‘셜록홈즈’의 대성공을 이끌어낸 뒤 이번에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재공연 준비에 한창인 노우성(38) 레히 대표 겸 연출가를 3일 서울 서초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셜록홈즈’의 성공요인이 뭔가.
“‘전설의 고향’같은 TV 프로그램에 대한 기본적인 시청률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엔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숨은 관객층이 있다고 봤다. 거기다 창작뮤지컬은 관객들에게 새로운 장르였다. 배우들이 잘 구현해냈다.”
-‘셜록홈즈 시즌2’ 공연 의사를 밝혔다. 시즌 1도 재공연할 텐데, 공연 두 개를 동시에 하는 건가.
“1편에 대한 앵콜 요구가 많아서 재공연은 재공연대로 잡아보고 있다. 시즌2는 이미 말을 해놨는데 약속을 지켜야 할 것 아닌가. 기획사에서는 ‘이제야 작품 하나 잘 만들어서 돈을 벌게 됐는데 나중에 시즌2를 하시지’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레히’) 창작을 하는 집단이다. 우리나라 아티스트들이 어느 나라에 비해서도 떨어지지 않는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
2007년 ‘아름다운…’의 공연을 마친 뒤 4년 동안 무얼 했는지 물었다.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2004년부터 롱런하던 ‘아름다운…’ 작품을 접었던 이유도 궁금했다. 그동안 그는 창작물을 하나도 내놓지 않고 있었다.
“어렸을 땐 좋은 물건을 만들면 사는 사람이 있을 거고 또 다른 물건을 만들 힘이 생길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한계가 있었다. 동시에 여러 작품을 할 수 없었다. 콘텐츠를 확보해놓고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무엇보다도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카데미를 운영했다. ‘총알’이 많이 쌓여가니까 ‘그냥 공연 안 하고 아카데미로 잘 먹고 잘 살 수 없겠냐’는 사람이 나오더라. ‘안 하면 죽을 것 같으니 한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정리가 됐다(웃음).”
-관객 입장에선 연극이나 기타 예술장르와는 달리 ‘좋은 뮤지컬’이 뭔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저에게도 어려운 문제다. 교과서적인 말을 하자면 드라마와 음악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게 좋은 거다. 음악을 하나라도 빼면 이야기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처럼. 나는 쇼 분위기의 뮤지컬보다는 드라마를 지향하고 있다. 음악이 뮤지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음악 중심의 뮤지컬이 아니라 드라마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음악을 사용하는 뮤지컬이란 거다. 그게 좋은 뮤지컬이냐는 것과는 별개로 저희가 만들고자 하는 건 그렇다.”
-요즘은 스타 캐스팅이 대세다. 스타가 나오지 않는 창작뮤지컬이 성공하기 어려운데.
“말 잘못하면 안 되겠다(웃음). 뮤지컬 분야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시장 발전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야 한다. 스타 시스템을 포기하고 기획하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나는 잘 알고 있다. 또 시장은 너무 작다. 내 친구들도 1년에 뮤지컬 한 작품을 안 본다. 전체 시장이 더 탄탄해지고 좋아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에 대해 제작자들이 분명히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