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허술한 기업 감시시스템 보강 서둘러야

입력 2011-11-06 17:35

기업 대주주와 경영진의 전횡을 막으려면 감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돼야 한다. 요즘처럼 세계경제가 불안한 상황에서는 기업 감시시스템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기업 감시시스템으로는 사외이사와 감사, 신용평가사, 회계법인, 증권사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대표적인 것이 사외이사의 직무유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6일 발표한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정보 공개’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업집단 소속 79개 회사의 이사회에 상정된 2020개 안건 중 사외이사 반대로 부결된 것은 1건에 불과했다. 대주주의 독단적 경영을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가 ‘거수기’였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대주주 들러리나 다름없는 사외이사들이 수천만원에서 최대 1억원가량의 연봉을 받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대기업 감사도 있으나 마나 한 존재로 전락한 지 오래됐다.

무디스, S&P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국내 일부 대기업의 신용등급이나 신용등급전망을 내리고 있으나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최고 수준의 등급을 유지하는 것도 문제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국내외 시각차가 있고, 신용평가사별로 입장이 다를 수 있다”고 항변하지만 대기업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갖는다. 기업 입맛에 맞게 경영실적을 조작해주는 회계법인이나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기업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증권사들도 감시업무를 등한히 하기는 마찬가지다.

기업 감시시스템의 총체적 부실로 인한 피해는 투자자들, 나아가 국민에게 전가되기 때문에 시급히 개선해야 마땅하다. 정부는 기업이 이사회 운영실태를 공개하도록 규정을 개정하고,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한 기업과 회계법인에 대한 과징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 기업과 짜고 재무제표 등을 허위로 작성해주는 회계사에 대한 징계 수위도 한층 높일 필요가 있다. 대기업 대주주와 경영진은 건설적인 고언에 귀를 기울이는 인식의 전환을 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