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김경민] 중국의 우주선 도킹을 보며
입력 2011-11-06 17:39
중국이 무인 우주선 선저우 8호와 실험용 우주정거장 톈궁 1호가 도킹에 성공함으로써 본격적인 우주정거장 시대를 예고했다. 한국의 이소연씨가 러시아의 우주선을 타고 다녀왔던 국제우주정거장은 미국과 러시아, 일본 등이 공동 운용하는 시설이지만 중국은 독자적인 우주정거장을 계획하고 있다. 중국은 내년에 유인우주선인 선저우 9호와 선저우 10호를 잇달아 쏘아올려 톈궁 1호와 도킹을 실시할 계획인데 이 실험에서 우주인을 톈궁 1호에 들여보냈다가 귀환시킬 예정이다. 이 과정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면 2020년부터는 중국 독자의 우주정거장을 운용하게 될 것이다.
미국 지배 벗겠다는 국가의지
중국이 또 하나 독자적으로 우주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북두’라고 명명된 중국만의 위성항법장치(GPS) 시스템이다. 한국도 혜택을 받고 있는 미국의 GPS 시스템과는 독립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하는 중국은 우주경쟁에서도 미국의 지배를 받지 않겠다는 국가 의지다. 우주선진국의 우주개발 목표는 인류의 평화와 복지에 기여하고 있지만 내면적으로는 군사적 목적이 크다. 중국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 미사일로 상대국의 위성을 파괴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중국의 도킹기술이 더욱 발전하면 군사적 위협이 증폭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의 우주개발을 바라보는 일본은 경계의 목소리가 높다. 중국의 우주선 도킹 성공이 미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 세 번째라는 보도에 발끈한 이유는 일본이 이미 1998년 도킹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2개의 인공위성으로 구성된 기술시험위성 7호를 쏘아올려 세 번에 걸친 분리실험과 도킹에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최초의 인공위성 발사도 일본이 중국보다 2개월 앞선 70년 2월에 성공해 소련, 미국, 프랑스에 이어 네 번째 국가가 일본이고 다섯 번째가 중국이었다. 중국이 우주선 도킹 성공을 대대적으로 보도하자 내막을 잘 모르는 일본 국민들은 일본의 우주개발이 중국보다 뒤졌다고 걱정의 목소리가 높은데 일본의 우주기술이 오히려 중국보다 앞서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다만 우주개발의 방식이 달라 중국은 드러내놓고 군사용 목표를 내세웠고 일본은 평화적 이용을 내세워 위장하고 있을 뿐이다. 미국의 스페이스 셔틀운행이 중단되자 지상 400여㎞ 상공을 돌고 있는 국제 우주정거장에 화물을 실어 보낼 수 있는 나라는 러시아와 일본뿐일 정도로 일본은 우주능력이 막강하다. 중국은 군사적 목적을 우선했기 때문에 인공위성을 대기권 바깥으로 쏘아 올리고 또다시 대기권 내로 재돌입시키는 대륙간탄도탄(ICBM) 개발에 치중했기 때문에 유인우주선 기술이 일본보다 훨씬 앞서게 되었고 일본은 표면적으론 우주개발의 평화적 이용을 앞세워 대기권 재진입 사업에 집중하지 않아 잘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국위선양이라는 선전도구로 사용하는 중국의 우주개발과 조용하게 군사적 억지력을 키워나가는 일본의 우주개발의 차이일 뿐이다.
우주강국 위해 국력 집중해야
분명한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모두가 우주강국이라는 점이다. 주변국가들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한반도 구석구석을 들여다볼 수 있는데 우리만 까막눈이 되어서는 나라의 안전과 평화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러시아와의 우주협력으로 나로호 1, 2차 발사에 실패를 경험했고 2020년쯤 독자적인 발사체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우리의 기술능력으로 볼 때 국력을 집중하면 반드시 해낼 수 있다. 중국이나 일본이 실패를 거듭하며 오늘의 성공을 거둔 우주강국이 된 점을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되새겨야 하겠다.
김경민 한양대 교수 정치외교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