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울 게 없는 스포츠계 ‘超귀족’… IOC 위원들, 누구인가
입력 2011-11-06 17:29
세상 최고의 직업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라는 말이 있다. IOC 위원은 임기가 상당 기간 보장되고 세계 어느 나라를 가든 극진한 국빈 대접을 받는다. 동·하계올림픽 개최지 선정권, 올림픽 정식종목 결정권 등을 갖는 IOC 위원은 철저히 ‘갑’의 입장이다. 국가원수들도 IOC 위원들에게는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한다. ‘세계 스포츠 초(超)귀족’ IOC 위원들은 누구일까.
◇IOC 위원들 출신 성분과 구성=올림픽 헌장에 따르면 IOC 위원은 최대 115명을 넘지 않도록 돼 있다. 11월 현재 IOC 위원은 78개국 총 113명이다. IOC 위원은 개인 자격 70명, 선수위원 15명, 국제경기단체 대표 15명, 각국 올림픽위원회 위원장 또는 임원 15명으로 구성되는 것이 원칙이나 각 출신 성분별로 몇 명 정도씩은 부족한 경우도 있다.
현직 IOC 위원들은 세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왕족 등 귀족, 스포츠 행정가, 기업인 등 전문가 그룹이다. 왕족으로는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딸 앤(61) 공주, 모나코 앨버트(53) 왕자가 대표적이다. 네덜란드·룩셈부르크·리히텐슈타인·사우디·쿠웨이트·카타르·아랍에미리트·요르단등도 왕세자 또는 귀족이 IOC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자크 로게(69·벨기에) 현 IOC 위원장은 요트 선수로 세 차례 올림픽에 출전했으나 선수 은퇴 이후 벨기에 올림픽위원회 위원장, 유럽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을 지내 대표적인 스포츠행정가 그룹 인사이다. 이건희(69) 삼성 회장은 전문가 그룹에 속하며 이 그룹에는 변호사, 의사, 언론인 출신 등도 포함돼 있다.
◇IOC 위원의 권한과 정년=IOC 위원에게는 상당한 범위의 자율성이 주어진다. IOC 위원은 각종 주요 현안을 결정할 때 어떤 정부 또는 조직의 간섭도 받지 않는다고 올림픽 헌장에 규정돼 있다. IOC 위원은 소속 나라를 대변하는 ‘국가대표’ 자격보다는 올림픽 정신 구현이라는 큰 틀의 IOC 가치를 논의·실행하는 의무가 더 강조된다. IOC 위원은 보수 없는 명예직이나 공적 활동 경비는 지원된다.
IOC 위원 정년은 세 가지. 1966년 이전 선출된 IOC 위원은 종신직이다. 현재 후안 아벨란제(95·브라질) 전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만이 현존하는 유일 종신직 IOC 위원이다(1963년 선출). 1999년 12월 11일 제110차 로잔 IOC 총회 개최일 이전에 선출된 IOC 위원은 본인 나이 80세가 되는 해의 12월 말까지가 정년이다. 로잔 총회 이후 선출된 IOC 위원은 정년이 70세다. 따라서 1996년 뽑힌 이건희(1942년생) 위원은 80세가 되는 2022년 12월 말이 정년이다. 이 위원처럼 개인 자격으로 선출된 IOC 위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정년 때까지 위원직을 유지한다. 1999년이 기준이 된 것은 이 해에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뇌물 스캔들이 터져 IOC가 외부로부터 강한 개혁 압박을 받았던 것과 연관이 있다.
◇대통령도 만나기 힘든 IOC 위원=IOC 위원들의 의전서열은 철저히 선출연도 순이다. 총회 등 IOC가 주관하는 각종 행사의 좌석배치는 선출연도에 따라 결정된다. 현재 의전서열 1위는 아벨란제 위원이며 2위는 1971년 선출된 비탈리 스미르노프(76·러시아) 위원이다.
IOC 위원은 전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그 나라 정부로부터 국가원수급 의전 대상이 된다. IOC 위원이 다른 나라를 방문했을 때는 IOC 깃발이 투숙한 호텔 게양대에 내걸린다. IOC 총회 때는 IOC 위원들만 묵는 호텔이 별도로 지정되며 이 호텔 객실 층에는 원칙적으로 특정 국가 대통령도 들어갈 수 없다. IOC 위원은 어떤 나라 공항에서든 무비자 최우선 입국 허가 대상이다.
IOC 위원들은 올림픽 개최지 선정과 같은 해당 국가로선 절실한 국가적 과제들을 들었다 놨다 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비밀스런 대가 거래가 이뤄진다는 게 정설이다.
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