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 전문가들이 본 공동선언 “금융위기 급한 불은 껐지만…”
입력 2011-11-05 00:57
전문가들은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의 합의가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실물경제의 부양 동력으로는 작용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구체적인 국제통화기금(IMF) 재원 확충방안을 도출하지 못했고, 무엇보다 유로존 재정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이 환율 유연성을 높인다는 내용도 시장에 큰 호재는 되지 못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일단 8월부터 진행돼 온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어느 정도 줄어들 전망이다. 유진투자증권 곽병열 투자전략팀장은 “G20 정상회의 이후에도 유럽연합(EU) 재무장관회의 등이 거듭 열려 정책 신뢰감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 곽중보 연구원도 “그리스 국민투표 소동으로 불안했던 금융시장이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대다수 의견은 G20 정상회의의 한계에 초점이 맞춰졌다. 중국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투자 여부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경제연구실장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악화를 막는 역할은 하겠지만, 세계적으로 정착된 저성장 기조를 바꿀 만큼의 힘은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투자나 가계 소비 쪽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보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마련된 G20 공동선언문 내용은 2008년 이후 강도 높게 국제 공조를 취해왔던 것과 비교해 약한 결과”라고 했다. 정 연구원은 “선진국은 재정 불안, 신흥국은 물가 불안을 각각 안고 있어 유동성 확대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실제적인 경기 부양의 모멘텀으로는 이어지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증권 이상재 경제분석부장도 “세계 실물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까지는 형성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환율 유연성을 높인다는 내용이 적시된 점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위안화의 평가 절상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과연 중국이 수출경쟁력을 포기하고 약속을 지킬 것인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 윤창용 경제분석팀장은 “중국이 미국과 유럽에 대한 수출 상황이 나빠지는 상황에서 통화 절상을 대거 할 것 같지는 않다”며 “연간 3~5% 정도 절상하는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고 분석했다. 대신증권 홍순표 시장전략팀장은 “위안화 환율 유연성을 높이겠다는 것은 그간 늘 나왔던 이야기”라며 “국내 증시에도 큰 호재가 되긴 어렵고, 코스피지수는 1950선에서 저항을 느끼게 될 것”라고 평가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