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 그리스 문제에 밀려 통화개혁 등 ‘후순위’로

입력 2011-11-05 00:56

프랑스 남부 칸에서 3~4일(현지시간)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그리스 문제를 논의하느라 분주했다. 이날 현안 중 하나였던 금융거래세 도입 문제와 국제 통화 시스템 개혁 방안 등도 논의되긴 했다. 하지만 그리스 문제가 워낙 시급했던 탓에 우선순위가 뒤로 크게 밀렸다.

G20 정상회의 의장 자격인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오전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한 각국 정상들과 잇따라 회동한 자리에서 유럽 채무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경주했다. 그는 또 “국제사회는 더 이상 조세천국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조세피난처 국가들에 경고장을 날렸다.

중국은 “그리스가 구제금융안 수용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철회하긴 했지만 유로존 경제위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AFP통신이 4일 보도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날 마리오 드라기 신임 총재 취임 이후 열린 첫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4개월 만에 1.50%에서 1.25%로 0.25% 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이는 그리스 상황을 감안해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 정부도 이날 아르카디 드보르코비치 대통령 경제담당 보좌관을 통해 “러시아는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에 100억 달러를 내기로 약속했다”면서 “IMF의 추가 자금 요청이 있으면 이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긴축안 이행에 소극적이었던 이탈리아도 진전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IMF의 감시 하에 연금개혁 등 긴축안을 이행하겠다”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하지만 그는 IMF의 구제금융 제안은 거부했다.

한편 선진국과 거대 신흥경제국 사이에 있는 한국과 같은 이른바 ‘중간국가들(middle powers)’이 G20 무대에서 역할을 더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연세대 모종린 교수와 국제거버넌스혁신센터 앤드루 쿠퍼 교수는 4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글에서 “선진국들이 세계경제 위기로 발등의 불을 끄기에 바쁘고, 중국 등 신흥 경제국은 이런 위기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기회로 삼으려는 현 상황에서 ‘중간 국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