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아버지 보셨더라면…” 성 김의 눈물
입력 2011-11-05 01:03
성 김 주한 미국대사가 4일(현지시간) 오전 국무부에서 다음 주 한국 부임에 앞서 한국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한국계 첫 대사로서 무한한 긍지와 함께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부담감도 좀 있다고 솔직히 말했다. 이어 2012년이 한반도나 주변국들에게 상당히 중요한 한 해가 될 것 같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성 김 대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대북 문제 등 현안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 부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언급을 회피했다.
앞서 3일 오후 그는 국무부에서 공식 선서식(Swearing-in Ceremony)을 가지면서 잠시 눈물을 보였다.
가족과 친지 등이 참석한 선서식에서 성 김 대사가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사상 첫 주한대사로 임명되기까지 아메리칸 드림과 가족사를 얘기할 때, 본인은 물론 가족과 참석자들까지 눈물을 쏟아내 분위기가 잠시 숙연해졌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성 김 대사는 특히 중학교 1학년 때 가족들을 데리고 이민 왔다 수년 전 별세한 부친을 거론할 때, 목이 메어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이 자리에 계셨다면 정말 자랑스러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계 이민자로서의 성취와 그 이면의 어려움 등을 이야기하면서 한국계 인사들, 국무부 동료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당초 이 선서식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직접 주재하기로 돼 있었지만, 모친 별세로 참석할 수 없어 웬디 셔먼 정무차관이 주재했다. 셔먼 차관은 성 김 대사를 “미묘한 외교현안을 다루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커트 캠벨 동아태차관보는 성 김 대사가 과거 수차례 평양을 방문했던 일화와 개인적인 에피소드를 유머러스하게 얘기하며 좌중을 웃겼으며, “최고의 주한 대사가 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성 김 대사는 두 딸들의 학교 문제로 당분간 가족들과 떨어져 살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한국인 참석자는 “그가 한국계라고 느끼게끔 하는 감동적인 선서식이었다”고 말했다. 성 김 대사는 오는 10일 부임할 예정이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