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 자발적 내수진작 약속 안팎…무역불균형 해소 실질적 조치

입력 2011-11-04 22:17


“재정건전성이 높은 국가들이 재량적으로 내수 진작을 위한 조치를 실행하기로 약속했다.”

4일 발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코뮈니케)에 들어간 문구 중 하나다. 선진국발 위기 극복 및 글로벌 경제 불균형 문제 해소를 위한 해법으로 강조됐던 내용이라 새삼스러울 게 없지만 이번엔 이례적으로 특정 국가들의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적시했다는 점이 이전과 다르다.

해당 국가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호주 브라질 캐나다 중국 독일 인도네시아 등 7개국이다. 유럽과 미국의 경제위기로 글로벌 경제가 휘청거리는 가운데 무역 흑자국은 수출을 중심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내면서 국고가 텅텅 빈 유로존에 비해 그나마 높은 경제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인도네시아 브라질은 신흥 흑자국으로, 나머지는 선진 흑자국으로 분류된다. 이날 합의에 따라 독일은 낮은 기업투자와 높은 민간 저축률을 부추기는 요인을 개선하고, 중국은 가계소득 증대와 외환보유액 축적속도 완화 등을 약속했다. 일본의 경우 서비스 수요 증대를 위한 신성장 전략을,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는 민간 투자와 소비를 확대해 글로벌 리밸런싱(재조정)에 기여하기로 했다.

이 같은 합의를 이끌어낸 것은 선진 적자국이다. 미국은 “일부 국가 경제가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한편 내수에는 취약한 모습을 보이는 점이 우려된다”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국 등을 겨냥해 이 문제를 꺼냈다.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여러 나라가 자국 통화를 평가 절상시키고, 대신 내수를 늘리면서 외환보유액도 점차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환율 문제와 연계돼 이견이 큰 글로벌 임밸런스(무역 불균형) 문제에 대한 합의를 이뤄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그만큼 현 세계 경제 문제가 심각하다는 증거다. 하지만 신흥국 즉, 무역 흑자국들의 역할이나 지위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유로존 위기의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이들의 도움이 더욱 절실해진 점이 국제사회에서 이들 국가의 위상 강화로 나타나고 있다.

무역 흑자국의 역할 부상은 실제 국제통화기금(IMF) 쿼터(지분율) 변화만 보더라도 확연히 드러난다. 쿼터 증가는 곧 발언권 확대를 의미한다. 지난해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조정안에 따르면 중국이 기존 6위에서 2위로 오른 것을 비롯해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4개국 모두 10위권에 진입했다. 우리나라 역시 18위에서 16위로 뛰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