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 中 구원투수로 등장…선진국 위기 신흥국이 돈 대
입력 2011-11-05 00:59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중국을 중심축으로 한 신흥국이 ‘소방수’로 전면에 등장했다. 중국 한국 등 경상수지 흑자 7개국이 나서서 내수를 활성화한다는 해법을 내놓았다. 신흥국이 내수를 일으키면 선진국은 수출 확대, 경기 회복 등으로 위기 탈출이 가능해진다.
또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는 국제통화기금(IMF) 대출재원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돈줄을 풀어 불을 끄기로 한 것이다. 특히 중국은 위안화 평가 절상을 내놓았다. 대신 G20은 위안화가 국제통화로 발돋움할 수 있는 디딤돌을 마련해줬다.
◇소방수로 나선 중국=G20 정상은 IMF 대출재원 확충에 합의했다. 다만 구체적인 재원 확충 방식에서는 여전히 이견을 노출했다. 미국 등이 중국의 입김이 세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로존 지원을 목표로 한 재원 확충은 지난해 서울선언에서 합의한 IMF 쿼터(지분율) 개혁과 맞물려 있다. 중국을 포함하고 있는 브릭스가 IMF 지분을 확대하면 출연금을 훨씬 많이 내게 된다. 선진국 위기 해결에 신흥국이 돈을 대는 셈이다. 출연금이 늘어나는 만큼 발언권도 높아진다.
또한 중국은 위안화 평가 절상의 가능성을 한층 넓혔다. 중국은 ‘시장 펀더멘털에 기반한 환율유연성 제고’라는 방침을 밝혔다. 위안화 가치가 높아지면 중국의 수출이 줄어드는 대신 수입이 증가한다. 선진국 입장에서는 거대시장인 중국을 공략할 여지가 커지는 것이다.
G20은 반대급부로 ‘위안화의 국제통화로 도약’이라는 당근을 줬다. IMF 특별인출권(SDR) 바스켓 편입 기준을 보다 명확하게 한다는 것을 전제로 2015년에 바스켓 구성 변경을 검토하기로 했다. 사실상 SDR 바스켓에 위안화가 진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다. 경제 지위에 걸맞게 위안화가 기축통화로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 중국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SDR은 1969년 IMF 워싱턴회의에서 도입이 결정된 가상의 국제준비통화다. SDR의 가치는 바스켓에 담긴 5개 미국 달러화, 영국 파운드화, 유로화, 엔화를 가중평균해서 산정한다.
◇무역흑자 7개국 역할 급부상=이번 공동선언문(코뮈니케)는 환율 문제와 연계돼 이견이 컸던 무역 불균형 문제를 거론하면서 이례적으로 특정 국가의 이름을 언급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호주 브라질 캐나다 중국 독일 인도네시아 등 7개국이다. 유럽과 미국의 경제위기로 글로벌 경제가 휘청거리는 가운데 무역 흑자국은 수출을 중심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내면서 국고가 텅텅 빈 유로존에 비해 그나마 높은 경제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인도네시아 브라질은 신흥 흑자국으로, 나머지는 선진 흑자국으로 분류된다.
독일은 낮은 기업투자와 높은 민간 저축률을 부추기는 요인을 개선하고, 중국은 가계소득 증대와 외환보유액 축적속도 완화 등을 약속했다.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는 민간 투자와 소비를 확대해 글로벌 리밸런싱(재조정)에 기여키로 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환율 문제와 연계돼 이견이 큰 글로벌 임밸런스(무역 불균형) 문제에 대한 합의를 이뤄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그만큼 현 세계 경제 문제가 심각하다는 증거인 동시에 신흥국 역할이나 지위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역 흑자국의 역할 부상은 IMF 쿼터 변화만 보더라도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해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조정안에 따르면 중국이 기존 6위에서 2위로 오른 것을 비롯해 브릭스 4개국 모두 10위권에 진입했다. 우리나라 역시 18위에서 16위로 뛰었다.
김찬희 김아진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