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투표’ 폭탄 피했지만… 그리스 정국 혼미 여전
입력 2011-11-04 18:31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의 구제금융안에 대한 ‘국민투표 도박’은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다. 하지만 총리가 사임을 거부하면서 그리스 정국은 여전히 혼란에 빠져 있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3일 저녁(현지시간) 의회 연설을 통해 “지금과 같은 중요한 시기에 정치적 공백이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정부가 퇴진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제1야당인 신민당의 안토니오 사마라스 당수가 조기 총선을 책임질 임시 과도정부 구성과 총리 사퇴를 전제로 그리스 구제안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힌 이후에 나온 것이다. 사실상 야당의 사퇴 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또 “신임 투표에서의 긍정적인 결과가 구제안에 대한 지지와 합의를 가져올 것”이라면서 여당 의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하지만 신임안 투표는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총리의 무책임한 행동 때문에 여당 내부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현재 집권 사회당은 300석 가운데 152석을 확보하고 있지만 여당의 에바 카일리 의원이 신임 반대 의사를 밝히는 등 내홍이 심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총리가 국민투표라는 돌발 변수로 그리스뿐 아니라 유로존 위기를 심화시킨 데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파판드레우 총리가 국민투표 철회 의사를 밝히면서 국제금융시장은 일단 안정세를 되찾았다. 독일과 프랑스 증시는 각각 2.73% 상승했으며 다우존스 산업지수도 1.76% 상승하며 장을 마쳤다. 하지만 유럽 대형 은행들이 유로존 국채 시장에서 발을 빼는 등 불안감은 여전하다.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파리바는 이날 이탈리아와 스페인, 아일랜드 등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들의 국채 110억 유로를 매각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는 이날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한 강연에서 “그리스가 무질서한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맞을 위험이 심각하다”면서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중앙은행(ECB)이 그리스 국채를 매입할 수 있도록 유럽 각국들이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