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 MB, “그리스 비판 발언, 내가 총대 멨다”

입력 2011-11-04 22:09


이명박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그리스를 강도 높게 비판한 데 대해 “(정상들 중에) 내가 총대를 멨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터키 정상회담 시작 전 그리스 비판 발언의 배경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어제(3일) 발언이 좀 셌다. 국민투표를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G20 정상회의 1차 세션에서 “최근 다소 신뢰를 보내던 시장이 그리스 총리의 국민투표라는 과격한 조치로 다시 불안에 빠지게 됐다”며 “그런 일이 유로존 국가들과 사전 협의 없이 이뤄졌다는 데 대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세계 위기의 중심에 있는 나라가 그런 문제(국민투표 제안)를 독단적으로 한 건 옳지 않은 일”이라고 비판했다.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 대통령이 강하게 비난하고 다른 정상들도 압박하면서 그리스 총리가 국민투표를 철회하는 상황까지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수석은 “이 대통령이 특히 강하게 얘기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국제통화기금(IMF)의 과도한 구조조정 요구를 이행하며 치열하게 극복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직접 1997년 외환위기를 언급하며 “당시 IMF는 우리에게 과도할 정도의 구조조정을 요구해 2만3000개 중소기업이 부도났고, 200만명의 실업자가 생겼고, 금융기관 11곳이 문을 닫는 과정을 거쳐 다시 플러스 성장을 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구조조정을 받아야 할 국가들은 과격할 정도의 구조조정을 해야만 우리가 지원할 가치가 있다”며 “당사국이 준비가 되지 않으면 우리가 지원을 해도 제2, 제3의 문제를 또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미국의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와 10·26 서울시장 선거에 나타난 ‘2040세대 민심’을 의식한 듯 “청년실업은 단순한 위기가 아니라 정치적 위기를 넘어 사회적 위기로 갈 수 있는 문제”라며 “(경제)성장을 통하지 않고는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없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미국 중국 러시아 정상이 공감을 표했다. “위기를 맞아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해선 안 된다”는 부분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같은 생각을 가진 이 대통령과의 긴밀한 협조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잘 진행되고 있다”며 적극 동의했고, IMF 쿼터 개혁안의 이행을 강조할 때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동조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서울 개발 컨센서스를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G20 체제가 출범한 2008년 금융위기를 회고하며 “정상 간에 일부 이견도 있었지만 신속하고 과감한 재정지출, 보호무역주의 배격, IMF 개혁 등을 아주 빠르게 합의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러나 이번엔 나라마다 사정이 다른 것 같다. 불과 3년 만에 다시 위기를 맞아 2008년보다 일치된 의견을 만들기가 더 어려운 것 같다”면서 G20 국가들의 공동보조를 촉구했다.

칸=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