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김치… 동반성장위, 中企업종 25개 선정
입력 2011-11-04 21:18
동반성장위원회는 4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9차 전체회의를 열어 두부, 김치, LED 조명, 남성정장 등 25개 품목을 2차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들 품목에 대해선 대기업의 일부 사업 철수, 진입·확장 자제 등을 권고했다.
논란이 됐던 내비게이션, 플라스틱 창문 및 문, 정수기 등 3개 품목은 반려하고, 데스크톱PC는 심의를 미뤘다. 디지털도어록은 외국계 기업의 독과점 우려로 적합업종에서 제외했다. 동반성장위는 다음 달 나머지 140개 품목에 대한 적합업종 선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지난 9월 1차 적합업종 선정 때와 마찬가지로 권고 내용과 기준이 모호하고 대기업의 이행 여부를 강제할 수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대기업이 동반성장위 결정사항을 성실히 이행하도록 이행 실태를 파악해 공개하는 등 구체적인 사후관리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대·중소기업 간 자발적 합의를 시도했으나 대기업은 손에 쥔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하고, 중소기업은 작은 이익에 매몰돼 쉽지 않았다”며 “권고가 법적 강제성은 없지만 여론에 따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고 밝혔다.
대기업들은 동반성장이라는 큰 뜻을 따르겠다고 하면서도 사업 위축을 우려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연간 30억~40억원 규모로 주로 급식업체에 납품하던 포장 판두부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했다”며 “어묵, 김치, 김 등 다른 품목에서도 중소기업의 영역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레미콘 대기업 모임인 한국레미콘공업협회는 “국내 레미콘산업 시장 규모는 7조원으로 대기업이 먼저 진출해 시장을 선도해 왔고 기술력도 월등히 우수하다”며 선정 결과에 반발했다.
동반성장위는 이날 계열사 거래비중(내부거래)이 30% 이상인 대기업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업체는 매출액 3000억원 이상인 중견기업과, 30% 이하인 업체는 매출액 1500억원 이상인 중견기업과 거래하도록 신규영업 범위를 규정하는 내용의 ‘MRO 동반성장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