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론 다음 총선서 다 죽는다”… 한나라당 쇄신파, 대통령 사과 요구 왜

입력 2011-11-04 21:42

한나라당 쇄신파 의원들이 4일 청와대와 당 지도부를 겨냥해 변화와 쇄신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당내에 잠복됐던 국정 전반에 대한 쇄신 요구가 마침내 터진 것이다. 특히 ‘연판장’을 돌리고 있어 적지 않은 여당 의원들이 이에 동참할 경우 이명박 정권 후반기 당청 갈등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밤 서명 의원이 20명에 육박했다고 한 쇄신파 의원이 전했다.

쇄신파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주 타깃으로 삼았다. 정면 승부인 셈이다. 이들은 이 대통령이 서민의 고통과 국민의 바람을 외면해 왔다면서 대국민 사과를 원했다. 또 “이 대통령의 7·4·7공약 폐기를 선언하고 성장지표 중심의 정책기조를 성장과 고용과 복지가 선순환하는 국정기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치적 풍자에 대한 무리한 사법잣대 적용이나 정부에 비판적인 방송인의 연이은 퇴출, 반복되는 민간인 사찰 등에 대해서도 “권위주의 시대로의 회귀라고 오해받을 수 있는 이명박 정부의 실정”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들은 “국민들은 검찰을 신뢰하지 않는다”며 “검찰 개혁은 청와대만이 할 수 있다”고 했다.

쇄신파의 요구에는 ‘이대로 가면 내년 4월 총선에서 모두 죽는다’는 다급함이 깊게 배어 있다. 이들은 “변화가 없다면 한나라당은 국민에게 버림받는 정당으로, 이명박 정부는 국민 앞에 실패한 정부로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탈당까지 가지는 않았다. 일단 청와대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핵심 관계자는 “서한이 접수되면 그때 가서 반응을 할지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쇄신파는 홍준표 대표가 8·24 무상급식 주민투표 이후 “사실상 이긴 것”이라고 말했고,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한 뒤에는 “이긴 것도 진 것도 아니다”고 언급한 것을 지적하며 “공개적으로 국민과 당원에게 사과하라”고 했다. 또 “당 지도부가 쇄신을 이뤄내지 못하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정권 사무총장은 “7일 최고위원 회의를 개최해 의원들이 자유롭게 얘기할 ‘쇄신 연찬회’를 개최할 계획”이라며 “당 안팎의 쇄신 욕구를 물타기하거나 은근슬쩍 넘어갈 생각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박근혜 전 대표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쇄신 연찬회가 열리면 지도부 교체가 도마에 오를 것”이라며 “대안으로 박 전 대표가 유력하게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과거 몇 차례 전례를 볼 때 이들의 쇄신 요구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