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정당은 대국민 사기극” 민주당 지역위원장들, 지도부에 반기

입력 2011-11-04 18:21

당 지도부가 야권통합 전당대회를 통해 ‘민주진보 통합정당’을 12월 말까지 건설하겠다고 전날 밝힌 데 대해 전국 지역위원장(구 지구당위원장)들이 4일 “통합론은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반발하고 나서면서 민주당이 극심한 내홍에 빠져들고 있다. 손학규 대표 사퇴론도 공식 제기됐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대책 논의차 이날 영등포 당사에서 소집된 전국 지역위원장 회의는 FTA 문제는 뒷전으로 밀린 채 통합 문제로 고성이 터져 나오는 등 2시간여 비공개 회의 내내 시끄러웠다.

123명의 지역위원장 중 가장 먼저 조경태 의원이 포문을 열었다. 그는 큰절을 한 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장 싫어했던 게 (급조한) 기회주의 정당이었다”며 “열심히 땀 흘리고 일한 사람에게 제대로 된 사회를 물려주려면 그간 열심히 일해온 민주당이 중심이 돼야 한다.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도 민주당 깃발로 정권을 창출했다”고 말했다. 또 “손 대표보다 민주당원들이 당을 더 사랑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배포한 성명서에서 “손 대표가 민주당을 해체하려 한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차기 당권을 노려온 박지원 의원도 “뭐가 급해 지도부가 서둘러 통합안을 발표했냐. 당수는 당을 보호해야 한다”며 “민주당 전대를 먼저 치른 뒤 야권통합에 나서는 투트랙 통합으로 민주당을 지키자”고 주장했다.

강창일 의원은 “통합은 당과 당의 통합인데, 통합 대상이 없는 신기루 같은 양상”이라며 “혁신과통합의 이해찬 상임대표 등은 민주당 사람들이었으니 복당을 시키면 되고 시민사회는 영입을 하면 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신기남 전 의원도 “그동안 지역에서 버텨온 지역위원장들의 요구를 잘 받아들여야지, 그렇지 않으면 누가 당원을 하려고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동석 노원병 지역위원장은 “지금 민주당의 국회의원 시도지사 구청장 기초단체장을 다 합치면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야당을 할 때보다 더 강하다”며 “손학규 정동영 정세균 세 사람은 대선에 전념하고 당권은 정통성을 갖고 정당을 지킬 사람들에게 맡겨라”고 요구했다. 손 대표는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풍문도 있고 그러니까 반발은 하는데 대단한 반발은 없었다”며 “민주당이 공중분해되는 건 절대 없다. 민주당이 중심이 되고 주도적인 역할을 해서 12월 18일까지 통합정당을 출범시키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은 민주당 통합 제안과 관련해 “통합정당이 만들어질 경우 함께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박 시장 측근은 “큰 틀에서 대통합에 함께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손병호 김원철 김경택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