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그 고통 베이징 시민들 분노… “中 지도층 인사들만 공기청정기 혜택보다니”

입력 2011-11-04 18:11

“민초들이 멜라민 우유와 시궁창 식용유를 먹고 지독하게 오염된 공기를 들이마실 때 지도층이 공기의 질이나 식품 안전을 챙기지 않는 건 이상할 게 없다.”

중국에서 가장 많은 2억명 이상의 네티즌이 가입한 신랑(新浪) 웨이보에 한 네티즌이 올린 글이다. 중국 지도부가 공기청정기를 통해 맑은 공기를 마시다 보니 라오바이싱(老百姓·백성을 의미)의 어려움을 잊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울분을 담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4일 수도 베이징이 심각한 스모그에 시달리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자들은 과연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궁금해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해답은 아주 간단하다고 밝혔다. SCMP는 “지도자들은 지난 수년 동안 청정 공기를 특별 공급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후난(湖南)성에 있는 공기청정기 제조사인 브로드 그룹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 끝난 지 3개월 뒤부터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등 최고 수뇌부가 모여 사는 중난하이(中南海)를 비롯해 정부 건물 곳곳에 공기청정기를 공급한 사실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인민대회당과 영빈관인 댜오위타이(釣魚臺) 객실도 포함됐음은 물론이다.

중국 고위관리들은 ‘터궁(特供)’이라는 특권에 의해 지난 수십년 동안 식품과 담배는 물론 문구류, 전자제품에 이르기까지 온갖 물건을 제공받아 왔지만 이처럼 정부 건물에 공기정화 장치까지 설치됐다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SCMP에 따르면 중난하이 내부에는 거실, 회의실, 수영장, 헬스클럽 등 모든 곳에 공기청정기가 최소 200개 설치돼 있다. 더욱 이들 지도자들이 중난하이 바깥으로 나갈 때는 공기청정기가 필수 지참 품목이다. 이를 취급하는 한 딜러는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 공기청정기가 지도자들에게 건강하고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는 것은 인민들에게 축복”이라고 자랑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은 최근 베이징에 비행기 이착륙이 어려울 정도로 스모그가 계속돼도 대기오염이 심각한 정도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중 미국대사관은 베이징의 대기오염 정도가 6개 등급 가운데 최악인 ‘위험 등급’이라고 공지했었다.

전문가들은 “베이징 일대에 나타난 스모그에는 황산염, 납, 망간 등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어 폐렴, 기관지염, 심장병, 고혈압, 뇌일혈 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겨울철에 석탄 연료를 이용한 난방이 시작되면 대기오염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