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52년만에 주택 매매 허용

입력 2011-11-04 18:11

쿠바가 1959년 사회주의혁명 이후 처음으로 개인주택 매매를 허용키로 했다. 라울 카스트로 정부의 경제개혁 조치 가운데 가장 시장친화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쿠바 정부는 4일(현지시간) 쿠바 시민들과 영주권자들에 대해 개인주택 매매를 허용하는 법안을 발표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쿠바 관영신문 그란마를 인용해 보도했다.

새 법안에 따르면 쿠바 시민권자와 영주권자들은 거주용 1채와 별장용 1채 등 주택 2채를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다. 또한 정부 승인 없이 자신이 소유한 주택을 친척들에게 증여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새 법안은 오는 10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쿠바 정부는 주택 매매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한 조치도 마련했다. 주택 판매자와 구매자가 나눠 부동산 평가액의 8%를 세금으로 내고 돈 거래는 쿠바 중앙은행을 거치도록 의무화했다.

52년 만에 주택 매매가 허용됨으로써 쿠바 경제에는 큰 변화가 예상된다. 수십년간 저평가돼 왔던 주택 가격이 재평가되면서 경기부양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 매매가 활성화되면 내수 경기가 진작돼 자영업자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

반면 주택 매매로 인한 사회갈등이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쿠바에서는 주택이 부족해 여러 가구가 모여 사는 경우가 많다. 매매 허용으로 주택 소유자가 집을 팔게 되면 나머지 가구는 갈 곳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에 살고 있는 쿠바인들이 부동산을 대거 구입할 가능성이 큰 것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쿠바 내수경기가 침체되면서 내국인들은 주택을 구입할 여력이 없다. 자임 수칠리키 마이애미대 교수는 “이번 법안으로 미국에 살고 있는 쿠바인들이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면서 “쿠바의 사회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은 지난 4월 쿠바 공산당 제6차 당대회에서 공산당 제1서기로 선출된 뒤 주택 매매와 자영업 허가, 자국민 해외여행 확대 등의 경제개혁을 추진하며 쿠바에 시장경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