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들 속앓이 왜?
입력 2011-11-04 17:59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최근 속앓이를 하고 있다. 산은은 원활한 인수·합병(M&A)을 위해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수은은 낡은 행명 변경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부가 ‘콧방귀’만 뀌고 있기 때문이다.
산은지주 고위 관계자는 4일 “최근 기획재정부에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지만 분위기가 쉽지 않다”면서 “이 상태로는 M&A 전략을 짜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산은은 최근 홍콩상하이은행(HSBC)의 국내 지점 인수협상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인수가 성사된다고 해도 인원 조정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있어 정부가 정원을 관리하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인수에 성공해도 정부가 정원을 늘려주지 않으면 임직원에 대한 구조조정 이슈가 불거질 수도 있다”면서 “매번 정부에 정원 확대를 요구하기보다 아예 공공기관 지정을 해제하는 게 여러 면에서 낫다”고 말했다. 산은은 기재부 장관을 역임한 강만수 지주 회장 재임기간 내에 이를 이루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부는 미온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은도 최근 김용환 행장 지시로 행명을 한국국제협력은행으로 바꿔 달라고 기재부에 요청했다. 투자은행(IB) 사업 등 사업 범위를 확대하면서 기존 이름으로는 바뀐 기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한국수출입은행법’을 바꿔야 하지만 기재부나 금융위원회는 이름을 바꾸기 위해 법을 개정하는 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들 은행을 중심으로 정책금융기관 기능 개편까지 진행 중이어서 두 은행의 염원 성취는 상당기간 미뤄질 전망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