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격적인 태백 주민들의 보험사기

입력 2011-11-04 17:41

강원도의 조용하고 작은 도시 태백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보험사기극이 벌어졌다는 소식은 충격적이다. 150억원대에 이르는 사기 금액이 놀랍고, 경찰에 검거된 주민이 400여명이라는 점도 놀랍다. 태백의 전체 주민 5만여명 가운데 0.8%가 불법을 저질렀다는 얘기다.

경찰에 입건된 이들 중에는 전·현직 보험설계사 70여명, 그리고 태백의 3개 병원의 원장과 사무장들도 포함돼 있다. 보험설계사들은 보험 실적을 올리려 친인척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민들을 무차별 가입하게 한 뒤 병원과 짜고 허위로 입원시켜 보험금을 부당 지급받도록 했다. 주민들에게 사기 수법을 알려준 장본인이 보험설계사였던 것이다. 보험설계사를 통해 38개 보험 상품에 가입한 주민도 있었고, 3억원의 보험금을 타낸 가족도 있었다. 적자 경영에 허덕이던 지역 병원들은 2007년부터 지난 3월까지 통원치료가 가능한 환자들을 서류상으로만 입원시키는 소위 ‘차트 환자’를 양산해 요양급여비 17억여원을 가로챘다. 이렇듯 병원과 보험설계사 그리고 주민들이 한통속이 돼 불법을 저지른 것이다.

얼마 전부터 태백지역에서는 ‘보험금을 못 타 먹으면 바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고 한다. 태백 주민들의 도덕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 지경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소문이다. 살기가 팍팍하더라도 보험사기가 범법행위란 것을 모를 리 없건만 ‘보험금을 못 타면 바보’라니 모두 범죄자가 되자는 말인지 이해가 안 된다. 지난해 보험사기로 5만5000여명이 적발됐다는 통계가 시사하듯 우리 사회에 보험사기가 만연돼 있는 건 아닌지 매우 우려스럽다.

소규모 병원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요양급여비 청구를 심사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눈을 부릅떠야 한다. 태백의 병원들을 제대로 감독했더라면, 태백의 병원들이 청구한 요양급여비를 정밀하게 심사했더라면 400여명이 한꺼번에 전과자가 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