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한몸이 되어버린 인터넷, 이제 인류를 위협하다
입력 2011-11-04 17:28
과잉연결시대/윌리엄 데이비도우/수이북스
인터넷은 모든 과정을 빠르고 편리하게 연결해주는 우리 시대 최고의 매체임에 틀림없다. 이런 인터넷의 모습에 이면은 없을까. 과연 인터넷의 상호연결성은 우리에게 긍정적 영향만을 가져다줄까.
인터넷 시대의 도래를 가장 가까이에서 목격한 인텔의 수석 부사장 출신 윌리엄 데이비도우가 인터넷에 의한 연결과잉 현상의 부작용을 경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선 이 저작은 눈길을 끈다. 그는 인터넷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갔다고 단언한다. 그 예로 1993년 미국 애리조나 주의 이민법 전문 변호사 부부가 발송한 대량 스팸메일 사건을 거론한다. 스팸메일을 받은 사람들은 이 ‘전자 쓰레기 메일’에 격분하면서 메일 철회를 요구했지만 변호사 부부는 요지부동이었다. 스팸메일 방지책은 오늘날까지도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오늘날, 인터넷은 하루 24시간 내내 일시적 이상 없이 운영되고 있지만 인터넷이 그렇게 유지되는 걸 누군가 책임지고 있다는 징후는 눈곱만치도 보이지 않는다.”(91쪽)
저자에 따르면 인터넷이 사생활에 미치는 영향과 스팸메일 사례를 생각해 볼 때, 우리 주변 상황은 꾸준히 연결과잉 상태로 치달았지만 원자로의 ‘제어봉’ 구실을 하는 존재는 그 어디에서도 나타난 적이 없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는 비유컨대 오랜 기간에 걸쳐 ‘제어봉’을 너무 많이 빼낸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이자율과 리스크 프리미엄이 둘 다 너무 낮게 설정돼 있는 바람에 경제 시스템이 연결과잉 상태로 진입했고 경제적 ‘열폭주’ 현상이 일어나면서 경제가 녹아내리는 멜트다운이 됐다는 것이다. 인터넷이 녹아내리기 시작하면 인터넷을 사용하는 각 개인의 정보가 녹아내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에 의한 임계 상황, 바로 그것이 저자가 지적하는 과잉연결 시대의 맹점인 것인데 그는 이 책을 쓴 목적을 ‘인터넷 상호연결성의 잠재적 위험에 인류가 좀 더 민감해지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많은 정부 기관들이 인터넷이라는 신세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책 말미의 따끔한 충고는 정책입안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포인트이다.
“모든 데이터를 한 곳에 저장해 두는 건 신분 도용과 사기사건 등을 유발하기 쉽고 파일 분실이나 도난 등의 사고에 극히 취약한 환경을 조장한다. 정부가 이러한 연결 관계의 발생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더라면 우리 사생활에 대한 위협이 훨씬 줄어들었을 터다.”(280쪽)
정철훈 선임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