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룡 목사의 시편] 하나님은 누가 만들었는가 ③
입력 2011-11-04 17:43
몇 해 전 영국의 무신론적 동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옥스퍼드대 수학교수인 존 레녹스와 논쟁을 벌였다. 도킨스가 쓴 ‘만들어진 신’에 대한 토론이었다. 이 논쟁에서 ‘하나님은 누가 만들었는가?’에 대한 열띤 공방이 있었다. 도킨스는 ‘하나님은 스스로 존재한다’는 기독교인들의 주장을 매우 우스운 변명으로 여긴다. ‘하나님은 스스로 계시고, 항상 계시고, 영원히 계신다’는 주장이 가당치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킨스 자신이 굳게 믿고 있는 것은 ‘물질은 스스로 존재하고 항상 존재하며 영원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는 하나님에 관한 모든 속성을 물질에 부여하고 있다. 그는 하나님은 시작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물질은 아무런 시작이 없다고 믿는다. 또한 하나님은 영원할 수 없지만, 물질은 영원하다고 믿는다. 그는 태초에 하나님이 계신 것이 아니라 물질이 있었던 것으로 믿는다.
만약 태초에 물질만 존재했다고 가정해 보라. 그러면 현상계를 설득력 있게 설명할 길이 없다. 생각 없는 물질에서 의식과 자의식이 나왔다는 것을 설명할 수 없다. 현대 심리철학은 물질과 의식의 인과관계를 설명하지 못한다. 게다가 물질은 이성의 기원을 전혀 설명할 수 없다. 또한 물질체는 인격체만이 가질 수 있는 도덕성의 기원을 설명할 수 없다. 어떻게 인격이 없는 물질에서 도덕성이 나올 수 있는가? 도덕성은 자기의식과 자기 결정력이 있는 인격체에서만 나올 수 있는 특성이다.
뿐만 아니라 물질 자체는 우주가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는 특성들을 설명할 수 없다. 스티븐 호킹은 “자연법칙들은 극도로 정밀하게 조정된 시스템을 이룬다. 물리법칙들이 놀랄 만큼 정밀하게 조정되어 있지 않았다면 인간이나 그와 유사한 생물은 절대로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증언한다. 그래서 호킹은 이렇게 의문을 던진다. “우리는 우주가 이토록 정밀하게 조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태초에 생각 없는 물질덩이만 있었다면 어떻게 물질체가 정교한 법칙을 만들어 낼 수 있었는가? 어떻게 생각 없는 물질에서 이성과 도덕성 그리고 인격이 나올 수 있는가? 물질에는 그 해답이 없다.
우주의 원인은 그 결과보다 더 커야 한다. 우주에는 정교한 질서가 있고, 의식과 자의식이 있으며, 이성적 활동과 도덕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자유로운 인간이 존재한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근본 원인은 반드시 질서를 부여할 만큼 지성적이고, 인간보다 더 큰 의식을 가졌으며, 우리보다 더 큰 이성과 완벽한 도덕성을 가진 인격적인 존재여야만 한다.
태초에 하나님만 계셨다! 그분이 우리를 특별하게 만드셨다. 우리는 그분의 목적에 따라 살 수 있고 아름다움을 추구할 수 있는 존재다. 오늘 우리 삶 속에 하나님의 목적과 아름다움을 나타냈으면 좋겠다.
(서울 큰나무교회 담임·기독교 변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