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그리스 겨냥 “뼈 깎는 구조조정을…”
입력 2011-11-04 03:05
이명박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그리스를 비롯한 유로존 재정위기와 관련해 “한국도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다”며 “위기 당사국의 철저한 구조조정과 자구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스 문제에 초점이 맞춰진 G20 정상들의 업무오찬과 1차 세션에서 이 대통령은 “유럽 국가들이 합의를 도출한 건 환영하지만 후속조치가 빨리 이행돼야 한다”며 “재정위기의 근본 대책인 재정건전화 계획을 각국이 구체적으로 마련하자”고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비즈니스 서밋(B20) 만찬 기조연설에서도 그리스를 겨냥해 “과도한 복지 지출과 방만한 재정 운용으로 채무가 쌓인 국가들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2차 세션에는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참석해 빈곤국 지원을 위한 금융거래세 도입을 제안했다. 게이츠 전 회장은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G20 국가들이 주식거래에 0.1%, 채권거래에 0.02% 세금을 부과하면 연간 480억 달러의 원조자금이 확보된다”며 “한국 등 일부 국가는 이미 주식거래세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제임스 토빈이 70년대 투기성 거래를 막기 위해 외환거래에 도입하자고 주장했던 ‘토빈세’와 비슷한 개념이다. 그러나 미국 영국 등 금융업 비중이 큰 나라의 반대가 심해 합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게이츠 전 회장은 “한국 영국 호주 등은 개발원조 확대 약속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헤르만 반롬푀이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한·EU 정상회담을 갖고 “한·EU 자유무역협정(FTA) 효과가 조기에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두 정상은 7월 1일 한·EU FTA 잠정 발효 이후 석 달간 양측 교역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8% 증가한 점을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국내에서 한·미 FTA 비준을 둘러싸고 여야가 극한 대치를 하고 있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G20 정상회의에 참석했으나 이 대통령과의 양자회동은 열리지 않았다.
G20 정상회의 개막 전야인 2일 저녁 칸은 그리스의 구제금융 국민투표 문제로 한바탕 난리를 겪었다.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예정에 없던 정상들의 회동이 잇따라 열리면서 이 대통령의 첫 일정인 B20 만찬도 시간이 바뀌어 30분 일찍 시작됐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만찬 축사에서 그리스 국민투표를 ‘난데없는 딸꾹질(hiccup)’이라 비판하곤 서둘러 자리를 떴다.
칸=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