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서 윤이상 추모제·규탄대회 동시에
입력 2011-11-03 20:49
북한에 억류된 ‘통영의 딸’ 신숙자(69)씨 모녀 구출 운동과 윤이상 기념사업 행사로 어수선한 통영시에서 3일 윤이상 추모제와 규탄대회가 동시에 열렸다.
예술을 사랑하는 통영시민 모임인 ‘통영예술의향기’는 이날 오전 도천동 테마파크 메모리얼 홀에서 회원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윤이상(1917∼1995년) 추모제를 개최했다. 윤이상의 부인 이수자(84)씨와 딸 윤정(61)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통영국제음악제 이용민 사무국장은 “윤이상 선생이 통영 출신이고 예술가라 매년 타계일에 맞춰 추모제를 열고 있다”면서 “최근 ‘통영의 딸’ 구출운동이 확산되면서 한쪽 입장만 듣고 윤이상 선생을 매도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약 2주일 뒤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며 “지역 문화예술인들과 협의를 거쳐 일정을 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보수단체 ‘대한민국 대청소 500만 야전군’(대표 지만원)은 이날 오후 1시쯤 통영시 중앙동 강구안 문화마당에서 회원 1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신숙자 모녀 월북 배후 조종 윤이상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 단체는 “윤이상은 ‘통영의 딸’ 신숙자와 어린 두 딸을 북한의 생지옥으로 보낸 대가로 평생 호강했다”며 “윤이상의 기념물로 가득 채워져 있는 통영에서 윤이상의 흔적을 지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회원들은 ‘윤이상은 악질 간첩이다. 추모행사 웬 말이냐’ 등의 구호를 외친 뒤 윤이상 규탄 책자 2만부를 시민들에게 배포했다.
경남 통영에서 1942년 태어나 통영초등학교와 통영여자중학교를 졸업한 신씨는 20대에 독일로 건너가 간호사로 일하다 당시 경제학을 공부하던 오길남(69) 박사를 만나 결혼해 두 딸을 뒀다. 오 박사 부부는 1985년 북한의 공작으로 두 딸과 함께 북한으로 갔고, 오 박사만 1986년 북한을 탈출했다.
오 박사는 자서전 ‘잃어버린 딸들 오! 혜원 규원’에서 “윤이상씨가 ‘고생하지 말고 북한으로 가시오. 거기 가면 오 박사는 대접을 받으면서 학문을 할 수 있소’라고 권유했다”고 밝혔다.
통영=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