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구호단체-후원자, 소통의 통로가 필요하다

입력 2011-11-03 20:43

■ 새로 지은 해외 학교가 왜 초라한가요

■ 지원한 차량이 왜 외제차거나 오래된 차여야 하나요


“기업이 후원에 참여하고 제법 규모가 있는 구호단체가 지은 건물인데 너무 초라한 것 아닌가요?”

한 국제구호단체 후원자가 지난 봄 베트남에 지은 학교 건물을 보고 실망하며 건넨 물음이었다. 우리나라 학교 건물처럼 짓지는 않더라도 비슷한 수준은 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부족하다는 지적이었다.

외관은 초라할지 몰라도 베트남 주민들이 사용하기 좋도록 짓는 것이 더 낫다는 게 구호단체들의 입장이다. 베트남 주민들이 건물을 오래 사용하려면 베트남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자재들을 사용해야 한다. 유지·보수를 쉽게 하기 위한 것뿐 아니라 현장에서 구한 물자로 건물을 지어야 불필요하게 들어가는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이 단체 관계자는 “후원자들 가운데 직접 현장을 돌아본 뒤 오히려 실망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며 “더 좋은 것을 해주고 싶어 하는 마음으로 보다 보니 ‘너무 약소해서 미안하다’고 생각하는 후원자들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2일 국제구호단체들에 따르면 국내 구호단체들의 해외 사업 규모가 크게 늘고 있지만 구호단체와 후원자들 사이에 인식차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구호단체가 현장 상황에 적합한 방식으로 후원하거나 개발사업을 펼치다보니 후원자들의 기대에 못 미칠 때가 있는 것이다.

빈곤 지역에 차량을 지원할 때도 인식차가 드러난다. 빈곤 지역에 외제차나 연식이 오래된 차량을 지원했을 때 ‘왜 국산차가 아니냐’ ‘신형 차량을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구호단체들은 차량 부품을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지, 고장 났을 때 고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는지, 지원하는 차량에 맞는 휘발유가 제대로 공급될 수 있는지 등을 고려해 지원하고 있다.

이런 인식차는 구호단체와 후원자 사이에 소통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단체 규모가 커지고 후원하는 지역이 다양해지면서 후원사업 내용을 세세하게 알리기가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누구를 돕고, 어떤 개발사업을 하는지는 홈페이지나 소식지를 통해 후원자들에게 전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정보가 충분히 전달되기 어렵다. 해외아동과 1대1 결연을 하는 후원자들에게 아이의 성장과정을 지속적으로 보고하는 것처럼 보다 적극적인 정보제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월드비전 기획연구실 한혜원 팀장은 “후원자들이 ‘더 좋은 것을 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감사한 일”이라면서도 “받는 쪽 상황을 고려해 후원하고 있다는 점을 적극 알리면 후원자들의 현지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