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지진 피해 현장 사진전 여는 장태원씨, 재앙과 평화 공존하는 묘한 분위기 연출

입력 2011-11-03 21:08


중앙대 사진과를 나와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 장태원(35)씨는 일본 대지진 소식을 전해들은 지난 3월 일본으로 떠났다. 쓰나미가 덮친 현장의 이면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였다. 일본에서 한 달반 정도 머물며 피해가 극심한 미야기현 해안 도시 10여곳을 중심으로 피해 상황을 촬영했다.

파손된 주택들이 달빛 아래 고요히 숨 죽이고 있는 모습, 부서진 자동차를 쌓아올려 만든 방파제, 파도에 밀려 뭍으로 올라와 컨테이너를 깔고 앉은 배, 박제된 동물이 쓰레기처럼 널브러진 해안가 등을 수없이 찍었다. 밤에만 촬영한 까닭에 사람은 없이 배와 건물 등이 등장하는 그의 사진은 공포·불안과 함께 평화가 깃든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같은 일련의 작품으로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빌딩 1층 로비 일우스페이스에서 다음달 28일까지 개인전을 연다. ‘불편한 풍경’이라는 타이틀로 일본 대지진 현장을 촬영한 신작과 기존의 ‘피해자’ 등 60여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일우사진상 ‘2011년 주목할만한 작가’ 전시부문에서 수상한 그의 기념전이다. 일우사진상은 한진그룹 산하 일우재단(일우는 조양호 회장의 호)이 유망 작가 발굴을 위해 2009년 제정했다.

3일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지진 피해 현장에 도착한 첫날은 충격으로 머리가 텅 비어서 아무것도 찍을 수 없었다”고 당시 심경을 밝혔다. 그는 “전기가 끊겨 불빛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폐허 속에서 오직 달빛에 의존해 사진을 찍었다”며 “그래서인지 작품에 담긴 장소들은 달빛을 받아 낮처럼 환하면서도 한밤의 적막함이 묻어나 몽환적”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인 친구의 차량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출입제한구역에 몰래 들어가는 등 갖은 고생 끝에 작업을 마무리하고 다시 뉴욕으로 돌아간 작가는 “지진 현장에서 받았던 충격과 공포가 일상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지워져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전시는 ‘재앙과 평화가 공존하는 풍경의 이중성’을 보여주지만 작가는 “그것은 어디까지나 관람객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