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우 우리은행장 “노점상엔 대출 유연하게 적용하라”

입력 2011-11-03 21:11


지난 2일 저녁 서울 제기동 경동시장에서는 특별한 파티가 열렸다. 이순우(사진) 우리은행장이 지난달 저축의 날 행사에서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은 노점상 황모(64·여)씨에게 ‘한턱’을 내는 자리였다. 이 행장은 저축의 날 행사 당시 황씨와 같은 테이블에 앉은 인연으로 이 자리를 마련했다.

순댓국집 저녁자리에 참석한 경동시장 상인 20여명 중 한 명이 식사 도중 이 행장에게 어려움을 호소했다. 집을 구하려고 돈을 구하는데 은행에서 도무지 대출을 해주지 않아 포기했다는 것이다. 이 행장은 해당 지점에 상황을 물었고, “노점상은 월급을 받는 게 아니라 소득이 입증되지 않다 보니 부채상환 능력을 검증하기 어려워 대출이 까다롭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 행장은 그 자리에서 “내가 책임질 테니 은행 규정을 유연하게 적용해 대출 방안을 강구해 주라”고 지시했다.

이 행장은 4일 전화통화에서 “대출을 기계적, 형식적으로 규제하면 열심히 일하고 꼬박꼬박 저축하는 사람들마저 피해를 보게 된다”면서 “시장에서 일하더라도 성실하게 사는 것이 인정된다면 융통성 있게 대출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올해 초 취임 후 고객과 현장 중심의 경영혁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고객 중심의 은행 경영을 강조해 왔다. 서울은 물론 각 지방을 수시로 오가며 중소기업 대표와 고객들을 만나 애로사항을 직접 청취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해남 땅끝마을에서 열린 ‘우리(Woori) 한마음 국토대장정’에 참가, 1박2일간 직원들과 30㎞를 함께 걸으며 영업 현장의 어려움을 청취하기도 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