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1조 규모 유상증자… 휴대전화 투자할 것”
입력 2011-11-04 01:42
LG전자가 1조원이 넘는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이에 기업 불확실성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잇따라 주식을 매도해 LG전자는 물론 LG디스플레이·LG이노텍 등 LG 그룹주가 동반 급락했다.
LG전자는 3일 서울 여의도동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으로 1조62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LG전자가 보통주 기준으로 유상증자를 하는 것은 1998년 이후 처음이다. 신주 수는 1900만주, 증자 비율은 11.7%다. 예정 발행가액이 5만5900원인 신주는 내년 1월 9일 상장 예정이다.
LG전자는 공시에서 유상증자 목적을 ‘시설자금 6385억5300만원, 연구·개발(R&D) 투자용 운영자금 4235억4700만원’이라고 밝혔다. 조달된 자금은 고전 중인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사업에 중점적으로 투입될 전망이다. LG전자의 올해 3분기 잠정실적에 따르면 LG전자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커뮤니케이션(MC) 사업부문에서 1388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LG전자는 과감한 투자로 시장의 판도를 뒤엎을 만한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지금까지 스마트폰 대응에 실패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LTE(롱텀에볼루션) 관련 사업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니 내년 1분기 이후에는 회사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증자 소식이 전해지자 주식시장에서 LG전자는 물론 LG 그룹주 전체가 급락세로 마감했다. LG전자는 13.7% 폭락한 6만16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9월 28일 6만1900원을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LG디스플레이는 6.3%, LG이노텍은 4.4% 내렸다. 지주사인 LG는 9.9%, 계열사인 LG화학은 4.3% 하락했다.
대부분의 증권 전문가들은 LG전자 향후 주가를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LG전자의 신사업 투자에 대한 효과를 아직 판단하기 어렵고, 무엇보다 현금 흐름이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유상증자 재원을 재무적인 용도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LG전자는 올해에만 1조1358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스마트폰 대응 실패에 따라 실적이 부진해지자 외부 자금 수혈을 확대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원은 “LG전자가 급하게 유상증자를 결정한다면 신사업 부문 투자 외에도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한 의미일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피치가 LG전자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것도 자금유동성 문제를 방증하는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