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재정 운영실태 감사] 등록금 오른 이유·인하여력… 예산안 부풀리기만 막아도 13% 내릴 수 있다

입력 2011-11-03 21:22


‘13%+α’.

3일 감사원의 ‘대학재정 운용실태’ 감사 결과로 확인된 대학 등록금 인하 여지를 수치화하자면 이렇게 된다. ‘13%’는 대학들이 예산을 편성하면서 지출은 늘리고 수입은 줄이는 방식으로 부족액을 부풀려 등록금 인상을 했던 부분이다.

감사원이 35개 대학을 표본으로 최근 5년간의 예·결산을 분석한 결과, 모든 대학의 예산편성에서 이 같은 지출 과다·수입 과소 계상이 발견됐다. 보수비 관리운영비 연구비 학생경비 고정자산매입비 등 5개 항목에서만 실제 쓰인 돈보다 더 계상된 지출 예산이 대학별로 평균 140억원이었다. 또 수강료 기부금 교육부대수입 전기이월자금 등 4개 항목에서 실제 수입보다 적게 계상한 액수도 대학별로 평균 47억원이나 됐다. 대학별로 최소한 연평균 187억원의 예·결산 차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다음 연도 학생 수를 적게 추정해 등록금 수입을 과소계상하기도 했다. 직전 회계연도 집행 잔액이 연평균 188억원이나 되는데도 이를 수입예산에 계상하지 않은 대학도 있었다. 또 지출을 늘리기 위해서 어떤 대학은 설계용역도 안한 공과대학과 본관을 신·증축한다는 명목으로 227억원을 해마다 계상했다가 집행하지 않는 일을 되풀이했다.

이 같은 수치 조작을 통해서 대학들은 예산 부족액을 부풀렸고 이를 고스란히 대학 등록금 인상의 명분으로 삼았다. 그런데 이번 감사원 감사에서 예·결산 조작이 발견된 것이다. 예·결산을 정상적으로 처리하면 대학별로 한 해 187억원의 예산을 줄일 수 있다는 게 감사원 감사 결과로 확인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35개 대학이 지난해 거둔 등록금 수입은 5조1500억원이다. 대학별 평균을 내면 1471억원이다. 여기서 ‘등록금 거품’ 187억원을 제한다면 등록금을 13% 정도 낮출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α’는 교비 수입으로 잡아야 할 학교기부금이나 학교시설 사용료 등을 법인의 수입으로 처리하거나 교비로 부담하지 말아야 할 비용들, 예컨대 법인 부담의 학교시설 건설비나 교직원 보수 등을 교비에서 지출하는 사례로 인한 누수에 해당한다.

감사원은 최근 5년간 9개 대학에서 교비 수입 총 814억원을 법인 회계에 편입시켰고, 법인이나 산학협력단에서 부담해야 할 운영경비를 교비로 지출하는 데 17개 대학에서 285억원을 썼다고 밝혔다. 또 14개 대학에서는 대학별로 연평균 167억원을 건설비로 집행하면서 거의 전부를 교비로 충당했다. 이들 대학에서 지출한 건설비 중 법인 전입금은 건설비의 1%도 안됐다.

감사원은 감사를 통해 대학 등록금의 거품을 지적하면서도 ‘13%+α’ 인하를 대학에 요구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학교의 수준에 따라 예·결산 편차가 워낙 크고, 대학별로 재정여건이 다르고 투자계획도 다르기 때문에 대학에 일률적으로 10% 인하안을 적용하긴 힘들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대학의 재정·회계 관리 시스템 보강, 사립대 법인의 책임성과 재정부담 의무 등의 대학재정 개선방안을 마련해 최종 감사 결과에 담을 예정이다.

지난해 사립대의 등록금은 평균 754만원이었다. 1993년 완전 자율화된 대학 등록금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2000년 이후 10년간 국·공립대의 등록금은 2배, 사립대는 1.7배 증가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