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러 재정난으로 손 놓고 있을 때… 中 우주로 훨훨
입력 2011-11-03 18:22
중국이 미국, 러시아에 이어 우주 도킹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강대국 간 스페이스 워(우주전쟁·space war)를 둘러싼 경쟁이 더욱 불붙게 됐다.
무인우주선 선저우(神舟) 8호와 실험용 우주정거장 모듈 톈궁(天宮) 1호는 3일 오전 1시36분(현지시간) 간쑤성과 산시성 상공 고도 343㎞에서 도킹에 성공했다.
중국 언론과 인터넷 매체는 이날 우주정거장 건설을 위한 큰 걸음을 내딛게 된 데 대한 국민적 환호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프랑스를 방문 중인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특별 메시지를 보내 기쁨을 표시했다.
지난 1일 새벽 발사된 선저우 8호는 톈궁 1호와의 거리를 계속 좁혀나가다 마침내 톈궁 1호를 포착한 뒤 고리로 결속해 도킹에 성공했다. 선저우 8호와 톈궁 1호는 도킹 상태에서 앞으로 12일 동안 비행하게 된다. 중국 우주 당국은 선저우 8호와 톈궁 1호를 분리시켰다가 14일 2차 도킹을 시도하게 된다. 선저우 8호는 그 후 톈궁 1호와 16일 분리돼 17일 네이멍구(內蒙古) 초원지대로 귀환한다.
중국은 내년 선저우 9호, 선저우 10호를 잇달아 발사해 우주인을 톈궁 1호에 들여보냈다가 귀환시키는 실험까지 마칠 계획이다. 중국은 앞으로 톈궁 2호, 톈궁 3호를 발사해 우주정거장 관련 경험을 쌓은 뒤 2016년쯤부터 정식 우주정거장을 차례로 쏘아올려 2020년 무렵 독자적인 우주정거장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중국이 사실상 ‘G2 우주패권 시대’를 앞당긴 데에는 획기적인 예산 증액을 통한 국가적 역량 집중이 주효했다. 이에 비해 미국은 재정난으로 2017년까지 새로운 유인우주선 실험을 하지 않기로 했고, 러시아도 민간인 우주여행 등 상업화를 추진하는 형편이다.
무엇보다 중국이 ‘우주굴기’를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921공정’이 있었다.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1992년 9월 21일 당시 장쩌민(江澤民) 총서기 주도로 3단계 계획을 수립했다. 먼저 우주인을 우주로 보내고, 그 다음 도킹과 우주인의 우주 체류를 달성한 뒤 우주 장기 체류를 실현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최근 10년 사이 보여준 우주 개발은 거침이 없다. 2003년 첫 유인우주선 선저우 5호 발사에 성공, 양리웨이(楊利偉)라는 우주인을 처음 배출했다. 2008년에는 선저우 7호를 발사해 우주인을 우주 공간에 내보내는 실험에도 성공했다.
이달 중에는 중국이 러시아와 공동으로 첫 화성 탐사선인 잉훠(螢火·반딧불)를 발사하게 된다. 화성까지 보낼 로켓이 없는 중국은 일단 러시아 소유즈 로켓으로 잉훠를 실어 보내지만 2013년에는 자국 로켓으로 화성 탐사선을 쏘아올릴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이 독자적으로 구축하는 베이더우(北斗) 위성 위치확인 시스템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위치추적 시스템인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기능을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주 개발은 군사적 의도도 포함돼 있다.
무엇보다 중국은 인민해방군 총장비부가 우주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어 다른 나라들이 의심 어린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 같은 점을 의식해 “중국의 우주 기술력은 세계에 이롭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