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재정 운영실태 감사] “대학마다 다른데 자율성 침해하는 짜깁기 감사” 대학들 반발

입력 2011-11-03 18:21

대학들은 3일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짜깁기 감사”라고 반발했다. 고려대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등록금은 세입을 확보하는 여러 수단 중 하나”라면서 “정부 지원을 받는 방법도 있고, 기부금과 기타 전입금도 있는데 굳이 지출내역까지 부풀려 세입 비중이 적은 등록금을 더 받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서울 시내 사립대 기획처장은 “대학마다 세입·세출 비중과 자산 현황이 다른데 감사원이 이런 것은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인 기준을 적용해 대학이 꼼수를 쓴 것처럼 발표했다”면서 “감사원이 대학을 압박하기 위해 미리 결론을 내 놓고 이현령비현령으로 앞뒤를 맞춘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주대 김민구 기획처장은 “정부가 ‘반값 등록금’이라는 포퓰리즘에 휩쓸려 대학의 자율권을 침해하고 있다”면서 “등록금을 내리고 장학금을 늘린다고 고등교육의 질이 좋아지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일부 대학은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연세대는 “헌법이 보장한 사립대 운영의 자율권과 학문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지난 1일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는 “사립대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립대에 대한 감사원 감사는 정부 지원금 관련 부분에 국한해야 한다”는 내용의 건의문을 지난달 31일 교과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전달했다. 대교협 황대준 사무총장은 “재단의 비위나 학교 측의 교수 연구비 유용 등 도덕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주는 지적사항은 분명히 고쳐야 한다”면서도 감사원이 지적한 회계 부풀리기에 대해선 “각 대학의 법인 수익구조와 환경을 고려하지 않아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황 사무총장은 “국고 세입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학이 재정을 편성하는 만큼 예산과 결산 사이에 차액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 “이 차액을 두고 대학이 회계를 부풀려 등록금 인상의 근거로 삼았다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경기도의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학생의 요구와 양질의 대학운영을 모두 충족시키려면 대학이 살림 배분을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면서 “자정 노력이 필요한 상황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교협은 이번 감사에서 부정·비리 운영을 지적받은 법인이 많은 만큼 전체 대학을 대상으로 회계 규정에 대한 직무연수를 실시할 계획이다. 동시에 ‘대학 윤리선언’ 등 도덕성 회복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