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어린이’ 2만명 넘었다… 결혼기간 평균 4.7년 이혼 갈수록 늘어

입력 2011-11-03 21:15


다문화 가정 출생아가 처음 2만명을 돌파했다. 다문화 가정의 이혼도 꾸준히 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통계청은 지난해 다문화 가정 출생아 수가 2만312명이라고 3일 밝혔다. 다문화 가정 출생아 수는 2008년 1만3443명, 2009년 1만9024명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변화는 어린이집에서 가장 먼저 감지된다. 서울 대림동 D어린이집은 정원 88명 중 15명이 다문화 가정 자녀다. D어린이집 관계자는 “5년 전에는 다문화 가정 어린이가 1명이었는데 2∼3년 전부터 갑자기 늘었다”며 “대기 명단에도 25∼30%는 다문화 가정 아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농산어촌의 어린이집은 다문화 가정 어린이 비율이 훨씬 더 높을 것으로 추산했다.

문제는 다문화 가정의 교육 여건이 열악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통상 아버지의 교육 수준이 낮고 어머니와는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어 적절한 상담 상대를 찾기 어려우며 경제적으로도 풍요롭지 못해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다문화 이혼도 증가했다. 지난해 다문화 이혼은 1만4319건으로 전년도인 2009년 1만3653건보다 666건 늘었다. 전체 이혼에서 다문화 이혼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9년 11%보다 1.3% 포인트 증가한 12.3%에 달했다. 이혼한 다문화 부부의 평균 결혼생활 기간은 4.7년으로 집계됐다. 결혼 기간이 5년이 채 안된 경우가 60.7%나 됐다. 한국인 부부 가운데 이혼한 부부의 평균 결혼생활 14.2년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다문화 가정의 절반 이상(50.9%)은 남편이 부인보다 나이가 열 살 이상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다문화 혼인 3만5098건 중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6.5세, 여성 26.2세로 나타났다. 한국인끼리의 평균 초혼 연령과 비교하면 남성(31.4세)은 5.1세 높고 여성(29.2세)은 3세 낮았다.

이혼으로 인한 최대 피해자는 어린이다. 캄보디아 출신 T씨(24)는 2008년 3월 한국인 남편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줄 모르고 결혼했다. T씨는 술만 마시면 주먹을 휘두르는 남편을 피해 2009년 3월 갓난아기였던 딸을 친정인 캄보디아로 보냈다. 두 사람은 같은 해 5월 이혼했다. T씨는 현재 딸을 데려오는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경기도 안산시의 휴대전화 조립 공장에서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일한다. T씨는 “엄마를 못 보고 자라는 아이에게 정말 미안하다”면서 “지금 버는 돈으로 아이에게 그동안 못 해준 만큼 잘해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김현희 평택대 다문화가족센터 책임연구원은 “다문화 결혼은 처음부터 사랑으로 맺어진 혼인이 아니기 때문에 결혼 전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이혼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국제결혼에 한해 일종의 숙려기간을 갖도록 하는 제도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도경 전웅빈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