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상인’ 러 무기밀매상 美서 유죄판결

입력 2011-11-03 18:06

‘죽음의 상인’으로 불리며 전 세계 분쟁지역에서 무기를 팔아온 러시아 무기밀매상이 미국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은 2일(현지시간)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에 대공미사일과 소총을 공급해 미국인을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빅토르 부트(44)에게 유죄를 선고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FARC는 미국이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무장단체다. 부트는 2008년 3월 FARC와 무기거래 계약을 맺기 위해 태국 방콕을 방문했다가 미국 마약단속국(DEA)의 잠입수사에 걸려 체포된 뒤 지난해 미국으로 송환됐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부트가 방콕 소피텔 호텔에서 그가 FARC 요원이라고 믿은 DEA 직원과 접촉하기 전 인터넷에 접속한 내역과 전화통화 기록, 이메일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프리트 바라라 검사는 이날 “증거가 입증하는 것처럼 부트는 미국인들을 살해할 목적으로 테러리스트들에게 무기를 판매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배심원단은 검찰의 의견을 받아들여 부트에게 적용된 살인공모와 무기밀매, 테러조직 지원 등 4가지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이로써 부트는 내년 2월 8일로 예정된 선고공판에서 최소 25년, 최대 종신형에 처해질 것으로 보인다.

부트는 옛 소련 국가안보위원회(KGB) 출신으로 90년대 이후 옛 유고연방과 아프가니스탄 등 전 세계 분쟁지역에서 대공미사일과 헬기 등 무기를 팔아 죽음의 상인으로 불려 왔다. 라이베리아 내전 때는 유엔의 무기금수 조치를 어기고 찰스 테일러 전 대통령에게 무기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의 악명 높은 무기거래 실상은 2005년 니컬러스 케이지 주연의 영화 ‘로드 오브 워(Lord of War)’로 제작됐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