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CEO 2개월 만에 자신의 색깔 입힌다

입력 2011-11-03 18:05

스티브 잡스에 이어 애플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팀 쿡이 2개월여 만에 애플에 자신의 색깔을 입히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쿡은 취임하면서 “애플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이미 애플은 잡스 때와 다른 기업철학을 보이는 등 변화하고 있다.

특히 쿡은 기부에 부정적이던 잡스와는 대조적으로 지난 9월 자선 기부 프로그램을 최초로 도입, 연간 1만 달러 내에서 직원들이 비영리 단체에 기부하면 회사도 같은 금액을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독선적이고 비밀주의를 선호했던 잡스 때와 달리 임직원과의 소통은 강화됐다. 쿡은 임직원들을 팀(Team)으로 부르며 이메일을 통해 인사와 행사 계획 등 회사가 돌아가는 상황을 직원들에게 알리고 있다.

애플이 가진 816억 달러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의 쓰임새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잡스는 자사주 매입 등에 반대했지만, 쿡은 현금성 자산을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등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애플 관계자들은 전했다.

쿡은 조직 개편과 인사를 통해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애플의 직원 교육 관련 부서를 재편해 그동안 독립적으로 일해오던 판매 마케팅 부서를 교육 부서와 함께 일하게 만든 것.

이번 조치는 부서 간 시너지 효과뿐만 아니라 쿡의 최측근인 필 실러 세계 마케팅 부사장의 입지 강화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고 WSJ는 보도했다. 필 실러는 이번 조직 개편으로 마케팅부서 외에도 교육 부서를 책임지게 됐다. 또 다른 측근인 에디큐 부사장도 인터넷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담당 수석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아이튠스스토어, 아이클라우드 등을 총괄한다.

하지만 잡스와 달라지지 말아야 할 점도 있다.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만들어냈던 잡스처럼 끊임없이 인기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잡스도 생전에 자신의 자서전 작가 월터 아이작슨에게 “쿡은 제품 전문가(product guy)는 아니다”고 했다. IT 업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갖고 있다고 WSJ는 덧붙였다.

배병우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