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진보 통합신당’ 연내 탄생할까… “지도부 밀실야합” 당내 반발

입력 2011-11-03 21:18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3일 범야권을 향해 연말까지 ‘민주진보 통합정당’을 건설하자고 제안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내놓은 공식적인 야권 대통합 방안이다. 통합에 적극적인 ‘혁신과통합’은 환영의 뜻을 밝혔으나 당 내부에서는 “지도부의 밀실야합”이라는 반발이 적지 않아 후폭풍이 예상된다.

손 대표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진보 진영 각 정당, 민주진보 가치를 따르는 각 정파 및 노동·시민사회 세력, 모든 민주진보 진영의 인사들은 새로운 민주진보 통합신당에 참여해 달라”며 “대통합을 위한 정당정파 대표자 연석회의를 개최하자”고 밝혔다.

‘연석회의를 통한 통합 원칙과 범위, 일정 합의→11월 중 통합정당추진기구 구성→12월 중 통합정당 창당’의 순으로 야권 대통합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기자회견에는 정동영 정세균 박주선 이인영 조배숙 최고위원과 김진표 원내대표, 정장선 사무총장 등이 함께했다. 정 사무총장은 “혁신과통합, 한국노총, 박원순 서울시장을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계와는 이미 상당부분 이야기가 진행됐다”며 “앞으로 진보정당들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기자회견에 앞서 혁신과통합 상임대표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를 만나 민주당의 통합방안을 설명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는 지도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차기 당권주자인 김부겸 의원은 “당이 문 닫을 때까지 자신들이 주도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며 “당원들의 목소리를 정면에서 거부한 지도부의 처사에 분노를 느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력한 차기 당권주자인 박지원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통합을 추진하는 동시에 전당대회를 통해 총선을 준비하는 투트랙 방식으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통해 구성된 새 지도부가 야권통합과 총선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로 손 대표 방식과는 차이가 난다. 반면 전·현직 의원과 지역위원장으로 구성된 진보개혁모임은 기자회견을 열고 지도부의 입장을 지지했다.

이날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 후보조차 못 낸 지도부가 통합을 주도할 자격이 있느냐”는 쓴소리가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의총 직전에야 지도부의 대통합 방안을 전해 들은 대부분 의원들은 “구체적 로드맵을 공개하라” “통합 대상이 비현실적이다”라는 불만을 터뜨렸다. 손 대표는 의총 마무리 발언을 통해 “우리가 먼저 배제할 필요는 없다”며 “일부에서 말하는 공천이나 지분 늘리기 같은 생각을 가지고 당 대표 임기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 재선의원은 “야권통합을 하자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누가 주도권을 쥘 것이냐를 놓고 현 지도부와 차기 당권주자들, 호남과 비호남권 등이 싸움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제안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지금은 힘 있는 진보정당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는 이유로, 진보신당은 “현재 수준에서 정당통합은 적절치 않다”고 각각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