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거리 짧으면 보험료 덜 낸다… ‘마일리지 차보험’ 2011년내 출시

입력 2011-11-03 21:28

서울 종암동에 사는 배병석(60)씨는 현업에서 은퇴한 뒤 운전할 일이 부쩍 줄었다. 직장 다닐 때에 비하면 연간 주행거리가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자동차 보험료는 별 차이가 없었다. 배씨는 “운전할 일이 적다고 보장 수준을 함부로 낮출 수도 없어 예전과 거의 비슷한 보험료를 내고 있다”면서 “주행거리가 훨씬 짧아졌는데 보험료에 차이가 없다는 것은 불합리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손해보험업계와 금융감독원은 3일 배씨와 같은 경우를 감안, 운전을 덜 할수록 보험료가 싼 일명 ‘마일리지 자동차 보험’을 올해 안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일리지 보험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내세웠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기조 하에서 필요성이 처음 대두됐다. 주행거리가 길면 보험료를 더 내고 짧으면 보험료를 덜 내게 함으로써 운전자의 자발적 운행 감축을 유도한다는 취지였다.

이를 위해서는 ‘주행거리에 따라 사고 확률이 달라진다’는 통계적 근거와 보험사가 상품을 운영할 수 있는 요율 산출이 필수적이다.

보험개발원은 최근 국토해양부가 제공한 자료를 토대로 “주행거리가 길수록 사고 확률이 높아진다”는 추세 분석을 완료, 보험업계에 전달했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각 보험사가 추세 분석 자료를 토대로 상품을 설계하면 요율과 상품내용이 합리적인지에 대해서도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상품은 금융감독원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신고한 시점부터 한 달 이후에 판매를 개시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고가 들어오면 주행거리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 주행거리 조작을 어떻게 감시하고 막을 것인지 등을 살핀 뒤 승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마일리지 보험과 유사한 ‘요일제 보험’을 운영하고 있는 메리츠화재는 “주행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차량운행정보확인장치(OBD)’를 설치한 요일제 보험 고객들이 마일리지 보험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반면 손해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사들이 상품을 내놓으면 소형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불완전한 상품을 서둘러 내놓게 된다”면서 “자칫 주행거리 조작 등 부작용이 발생해 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