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교보다 낮아지는 서울市立大 등록금

입력 2011-11-03 17:39

서울시립대 등록금이 다시 복지논쟁의 불을 지피고 있다. 시립대가 전 학부생의 등록금을 반으로 줄이기 위해 182억원을 지원해 달라는 예산안을 내놓자 서울시가 내년 예산에 반영키로 했다는 것이다. 이는 선거 공약을 실천하는 차원을 넘어 교육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먼저 ‘반값’에 함정이 숨어 있다. 시립대는 이미 등록금이 싼 대학이다. 주요 사립대의 800만원대에 비해 절반 수준인 477만원인데, 다시 절반으로 낮추면 238만원선으로 떨어진다. 여기에 장학금 수혜율이 57.9%이니 학부생 절반 정도는 연간 100만원을 내고 다닌다는 계산이다. 학기당 등록금이 50만원이면 고등학교보다 낮다.

수혜 대상도 따져야 한다. 국고가 아니라 지방 재정으로 대학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지방민과 유대가 있어야 한다. 미국의 주립대들이 다른 주 혹은 외국인에게는 비싼 등록금을 받는 대신 같은 주 출신에게는 반값 정도의 등록금을 받는 것도 이런 이유다. 현재 시립대에서 지방 출신이 60%선이라고 한다. 또 시립대생 중에 경제적으로 넉넉한 집안의 자제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도 일률적으로 반으로 깎아주는 게 옳은 일인가.

시기는 어떤가. 박원순 시장이 애초에 2013년 1학기부터 하겠다는 등록금 지원을 1년이나 앞당겨 시행하는 데는 정치적 동기가 다분하다고 본다. 내년까지 미루면 그 사이 복지 포퓰리즘 논란이 일어 실현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자 대못을 박으려는 의도 아닌가 의심스럽다. 다른 대학들의 등록금 인하를 유도하면서 복지논쟁의 이니셔티브를 쥐려는 속셈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복지가 대세라 해도 교육을 볼모로 잡아서는 안 된다. 교육은 시대를 넘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국공립대가 세금으로 등록금을 깎아주듯 사립대가 기부금 입학으로 등록금을 낮추겠다고 나오면 무슨 논리로 반대할 수 있겠나. 시립대도 세금을 용돈처럼 쉽게 받으려는 자세를 거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