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학들이 회계 조작해 덤터기 씌우다니
입력 2011-11-03 17:42
대학들이 재정 운용과 회계 처리를 부적절하게 하거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등록금을 높게 책정했다는 ‘대학재정 운용실태 감사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이 3일 전국 113개 대학과 교육과학기술부 등 감독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감사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35개 국·공·사립대를 표본으로 최근 5년간 예·결산 내역을 분석한 결과 6552억원의 예·결산 차액이 생겼다. 실제보다 지출은 늘리고, 수입은 줄이는 편법으로 발생한 차액을 등록금으로 충당한 것이다. 해마다 대학별로 평균 187억원을 등록금으로 더 뜯은 셈이다. 지난해 사립대 등록금(754만원)을 기준으로 할 때 2480명의 등록금에 해당하는 거액이다. 반값 등록금 문제가 불거졌을 때 반발했던 대학들에게 이래도 할 말이 있는지 묻고 싶다.
대학들은 학교·부속병원의 시설비·교육비·장학금 용도로 받은 기부금을 기부 목적에 맞지 않게 법인회계로 집행하거나 법인·산학협력단 운영비를 교비회계에서 지출하는 편법을 사용해 등록금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에 만연한 교비 횡령·배임, 과도한 업무추진비와 복리후생비 등도 등록금 인상을 부추겼다.
이 때문에 최근 10년간 대학등록금은 국·공립대 2배, 사립대는 1.7배 올랐다. 지난해 사립대 등록금은 도시 근로자가구 월평균 소득의 2배 수준에 육박한다. 한 집에 사립대생이 2명이면 4개월치 월급을 등록금으로 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과다한 등록금은 가계에 큰 부담을 주고, 대학생 신용불량자를 양산해 사회 갈등과 불안을 조장한다.
그런데도 감사원 감사에 대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불만을 토로하고, 연세대가 헌법소원을 내는 등 대학사회가 조직적으로 반발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대학들은 감사결과를 수용해 국민들의 등록금 부담을 줄여줘야 마땅하다. 교과부는 감사에서 드러난 문제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종합적인 관리·감독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사법당국은 감사원이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수사의뢰한 90명을 엄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