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변수’ 예상 외 미풍… 국내 금융시장 “휴∼”
입력 2011-11-02 18:39
그리스 총리의 국민투표 발언에 전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국내 금융시장은 유럽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었지만 장중 원화가치와 주가가 모두 급락하는 등 혼란을 겪었다. 미국에서의 긍정적 신호와 유럽에서의 악재가 혼재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국내 실물 및 금융경제는 유럽 재정위기의 영향권에 들어섰다.
◇그리스 폭탄선언에 금융시장 한때 휘청=2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8원 오른 1121.8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한때 1132.3원까지 올랐다. 코스피지수는 장중 40포인트 넘게 급락하다 오후 들어 낙폭을 줄이면서 전날보다 11.62포인트(0.61%) 내린 1898.01에 종료됐다.
금융시장이 요동친 것은 그리스 총리가 구제금융안과 유로존 탈퇴 여부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됐다.
하지만 그리스 국민들이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원치 않을 것이란 점과 미국 경기회복세에 대한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원화가치 및 주가지수 낙폭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미국과 유럽 양대 변수 추이에 촉각=국내 투자자들의 시각은 미국과 유럽이라는 양대 대외변수 가운데 어느 쪽의 파급력이 큰지에 쏠려 있다. 일단 미국 경제의 더블딥(경기 이중침체) 우려는 3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5%로 발표되면서 어느 정도 잦아든 모양새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 리스크가 있어 미국 경제의 회복 국면을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에 대한 비관론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해외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1일(현지시간)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과도하다”며 “최근 양호한 실물지표 발표로 리스크 자산에 대한 수요가 당분간 확대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JP모건도 지난달 말 미국의 4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1%에서 2.5%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미국 더블딥 우려의 완화를 글로벌 경기회복 국면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 미국 경제가 유럽에 미치는 영향보다는 유럽 재정위기가 미국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 김종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4분기 경제성장률을 2%대로 전망한다”면서도 “그리스 위기가 있는 한 미국 경제는 여전히 ‘워치리스트(감시 대상)’에 올라 있다”고 말했다.
◇실물경제 악영향 가시화=주식시장에서의 불투명한 방향성과 달리 국내 경기는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타격이 본격화되고 있다. 수출·내수 시장 모두 부진의 늪에 빠져 있으며 생활고에 따른 대출 확대와 금리 상승으로 서민들의 삶은 팍팍해지고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9.3% 늘어 2년 만에 수출증가율이 한 자릿수대로 떨어졌다. 재정위기의 당사자인 미국과 유럽연합(EU)에 대한 수출증가율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3분기까지 두 자릿수 성장률을 구가했던 백화점 매출도 10월 들어 한 자릿수로 줄었고 국내 완성차의 내수판매는 10개월 만에 처음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5.81%였던 신규 신용대출 금리는 올 9월 7.06%까지 뛰면서 서민들의 부담이 크게 높아졌다. 신용대출 금리가 7%대로 오른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한국은행은 “신용대출 금리 상승은 경기부진에 따른 생활형 자금 대출이 늘어난 데 주로 기인한다”고 밝혔다.
고세욱 이경원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