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령 시위’ 프랑스로… G20 회담장소 인근 니스에 각국 시위대 대거 집결
입력 2011-11-02 18:32
프랑스 칸에서 3∼4일(현지시간)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자본주의와 현 금융시스템에 반대하는 대규모 거리시위가 1일 개최됐다. 프랑스 경찰이 칸을 요새처럼 지키고 있어 시위대는 칸에서 북동쪽으로 약 30㎞ 떨어진 해안 도시 니스에서 반(反)자본주의 구호를 외쳤다. 미국의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가 프랑스로 번질지 주목된다.
◇시위대 “금융보다 사람이 우선”=1일 니스의 거리 시위에는 주최 측 추산 1만2000명, 경찰 추산 5500명이 참가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프랑스뿐 아니라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서 간 청년과 시민단체 및 노동조합 소속원이다.
이들은 “시장보다 삶이 중요하다” 등 구호를 외쳤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 회원 일부는 옷을 벗고 로빈 후드 모자만 착용한 채 거리 행진에 나섰다. 나라 간 금융거래에 세금을 매겨 가난한 나라를 돕자고 주장하는 단체다.
시위대는 G20 정상회의가 끝나는 4일까지 니스에서 시위를 계속한다. 4일엔 G20 정상회의에 반대하는 의미의 ‘민중 정상회의’를 연다. 하지만 이들의 움직임이 30㎞나 떨어진 칸을 찾는 G20 정상들의 눈에 띌 가능성은 없다. 프랑스 경찰은 시위대를 니스에서도 중심 지역이 아닌 동부 노동자 거주 지역으로 몰아넣고, 이곳을 벗어나지 못하게 원천봉쇄하고 있다.
시위대는 미 뉴욕 월가에서 시작된 ‘점령하라’ 운동의 이름을 내걸지 않았지만 비슷한 구호를 외쳤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점령하라’ 운동이 일어나지 않은 프랑스에도 이 운동이 번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프랑스는 미국이나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달리 금융시스템을 어느 정도 규제하고 있어 ‘점령하라’ 운동이 들어설 자리가 크지 않았다.
◇요새로 변한 칸=프랑스는 G20 정상회의 개최지인 칸을 요새처럼 봉쇄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칸에는 군인과 경찰 1만2000여명이 투입됐다.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팔레 데 페스티발’과 각국 정상의 숙소는 출입증이 있어도 쉽게 드나들 수 없다. 회의장 주변 건물 지붕에는 저격수가 배치됐다. 프랑스 정부는 이탈리아와의 국경에서 평소 하지 않는 출입국 업무를 시작했다. 폭력을 선동할 수 있는 시위대의 입국을 막겠다는 것이다.
프랑스가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2000년 니스 유럽연합(EU) 정상회의 때의 폭력 사태 때문이다. 당시 시위대 5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시위대와 경찰 사이 충돌이 빚어졌다. 돌과 최루탄이 등장했고 수십명이 다쳤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