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뒷북’에 애꿎은 피해자만…
입력 2011-11-02 18:30
본보, ATM 악용한 대부업체 부당 대출 보도되자 사건 축소·은폐 급급
금융 당국이 자동현금지급기(ATM)를 이용한 대부업체의 부당 무인대출 서비스 등 금융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축소·은폐하거나 뒤늦게 대책을 내놓는 등 ‘뒷북’을 치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일 ATM을 이용한 대부업체의 무인대출 서비스로 인해 공익소송이 제기된 사실(국민일보 11월 2일자 10면)이 알려지자 뒤늦게 시중은행들에 공문을 보내 “대부업체와 ATM 서비스를 공유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올 초 이 문제에 대한 시민단체의 지적을 받고도 대책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YMCA 신용사회운동 사무국 관계자는 이날 “지난 2월 결제대행업체(VAN)의 ATM기가 은행과 대부업체 업무를 동시에 다루고 있어 오인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금감원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 다음달 금감원은 “VAN의 ATM이 대부업무를 다루기 시작한 게 지난해 10월로 얼마 되지 않아 이용 금액과 피해가 미미하다”며 “추후 적정 여부를 살펴보겠다”고 회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대부업법 및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지만 대부업 광고 규제 등을 추가했을 뿐 이 지적은 반영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사태를 축소·은폐하기에만 바빴다. 금감원은 국민일보가 보도한 공익소송 당사자 윤모(46)씨가 ‘신용카드 거래’를 이용한 것에 대해 “ATM 메인 화면에 은행과 대부업체를 구별하는 두 개의 버튼이 별도로 구분돼 있고 대출 절차도 상이하다”면서 관련 사진까지 제시했다. 마치 윤씨가 은행 버튼 대신 대부업체 버튼을 잘못 눌러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처럼 설명했다. 그러나 금감원 자료 상의 기기와 윤씨가 사용한 기기는 다른 회사 것으로 판명됐다. 공익소송에 참여하고 있는 해인법률사무소 배금자 변호사는 “금감원이 서민과 대부업체 중 누구를 대변하는지 모르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금감원은 앞서 보이스피싱, 저축은행 후순위채권 대책 등에서도 뒷북 행정을 연발, 애꿎은 피해자만 늘게 했다. 카드론 관련 보이스피싱 피해가 커지는 문제(국민일보 11월 1일자 7면)도 지난 5월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을 위한 금융회사 노력 강화 방안’을 마련했을 때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지만 방치했다. 금감원은 이날 영업 중인 저축은행들에 후순위채권 불완전판매 여부를 자체 점검하도록 주문했다. 불완전판매가 드러나면 만기 전 중도 상환을 승인해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후순위채 문제는 올 초부터 계속 문제가 제기돼 왔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