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면산 산사태 100일… 기둥만 있는데 半破 보상 주민들 분통

입력 2011-11-02 21:08


우면산 산사태 100일을 하루 앞둔 2일 피해가 집중됐던 서울 방배동 일대는 산사태 아픔에서 헤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일부 사고 현장 곳곳은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었고 복구공사가 진행되는 곳도 건설 중장비가 뿜어내는 흙먼지가 자욱했다.

서울 방배동 래미안 방배아트힐 103동 입구에는 지난 7월 27일 우면산에서 쏟아져 내려온 토사와 나무가 그대로 쌓여 있었다. 토사로 가득 찼던 1·2층은 흉가처럼 방치돼 있었다. 보도블록과 중앙 광장으로 이어지는 계단은 뜯겨 나갔고 1층에 위치한 생활지원센터도 폐허와 다름없었다. 가로등도 아직 고치지 못해 임시 조명시설이 설치돼 있었다.

106동도 아파트 벽면에 군데군데 금이 가 있어 위태로워 보였다. 103동 주민 김모(60·여)씨는 “얼마 전 엘리베이터가 복구돼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불편하다”면서 “출입구 자동문도 고장인 채 방치돼 있고 곳곳에 나무 부스러기와 토사가 쌓여 있는데 아무도 치울 생각을 안 한다”고 말했다.

남태령 전원마을은 겉보기에는 래미안 방배아트힐 일대보다 상태가 좋았다. 그러나 곳곳에서 벌어지는 복구공사로 동네 전체가 공사판을 연상케 했다. 굴착기, 덤프트럭, 레미콘이 끊임없이 오가고 있었다. 서너 집 건너 한 집씩은 복구공사를 하는 인부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마을 주민 황모(61)씨는 “지하에 살던 세입자들이 모두 진저리를 치며 나갔다. 지하는 거의 수리가 끝났지만 다시 세입자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누가 이 동네에 들어오겠는가”라며 한숨을 쉬었다. 우면산과 접해 있는 한 분재연구소 직원 정모(35)씨는 “산사태로 비닐하우스가 토사에 잠겨 분재 대부분을 버렸는데 지금은 80% 정도 복구했다”고 했다.

보상문제도 숙제로 남아있다. 래미안 방배아트힐에는 ‘자연재해 웬 말이냐. 난 모른다 서울시, 강건너 불구경 MB정부’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김홍영 비상대책위원장은 “산사태 피해에도 기둥이 남아 있으면 반파(半破)로만 인정돼 정부로부터 수백만원밖에 못 받는다”면서 “화재보험과 풍수해 특약에 가입했지만 보험사가 부대시설은 보상범위에 들지 않는다고 해 망가진 시설이 계속 방치돼 있다”고 말했다. 산사태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서울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전원마을 주민들은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기대를 걸고 있었다. 박 시장은 지난달 31일 서울종합방재센터에서 “우면산 산사태를 천재지변이라고만 보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기존 서울시 원인조사 결과와 다른 의견이다. 전원마을에서 문구점을 하는 임모(36)씨는 “서울시와 서초구는 무책임하게 천재지변이라고만 해서 거의 절망 단계였다”며 “새로 당선된 박 시장에게 기대를 걸어봐야겠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